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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1 “니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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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1 “니야(냐)”
  • 홍성신문
  • 승인 2021.05.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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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접때 빌려간 라이방* 왜 안줘? 그거 우리 큰아들이 사준거란 말여, 언능 인내(이리 내)

-저니: 누가 안줄깨비 그려? 냐. 여기 있으니께는 밤이나 낮이나 쓰셔. 돗수있어 쓰두 뭇했네.

(*라이방: 선글라스를 흔히 이르는 말로 ray-ban은 브랜드 이름임.)

<니야>는 누구 앞에 어떤 물건이나 목적물을 내어놓으면서 ‘자, 여기 있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줄여서 ‘냐’라고 하는데, 우리 고장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특수한 말에 속한다. ‘니야’라고 길게 발음하지 않고 줄임체로 ‘냐’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들린다.

‘냐’는 윗사람에게는 절대 쓰이지 않고, 동등하거나 신분상 아랫사람에게만 쓰인다. 윗사람에게 쓰일 때는 ‘냐유’ ‘쟈유’ ‘여깃슈(여기 있습니다)’라고 한다. 이중 ‘쟈유’가 흔히 쓰이는데 ‘자, 여기에 있습니다’가 줄어들면서 생긴 재미있는 말이다.

‘냐’는 ‘네가 원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제 내가 너에게 건네주니 부디 잘 받아라...’라는 말이 줄여진 형태로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전해 주며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실상, 우리 동네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이지만 외지 사람들은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부지불식간에도 자주 쓰이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청도 사투리의 특징인 압축과 유순한 정서에 기인한 미묘한 말맛이 곁들어진 핵심 단어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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