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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30년···실험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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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30년···실험은 계속 된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5.09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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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 연구소장

1세대 마을 만들기 운동가

구자인(61) 박사가 농촌 마을만들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0년대 일이다.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농촌이 붕괴하는 현실을 본 그는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산다’는 생각에 농촌의 변화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선진국의 마을 만들기에 대해 배웠다.

그가 이상 실현을 위해 처음 선택한 곳은 전라북도 진안군이다. 마침 진안군에서는 마을만들기의 전문가를 찾았다. 이미 이때부터 우르과이라운드로 인한 외부 충격과 고령화 등 내부적 문제로 농촌 공동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굳이 공무원이 된 것은 농촌을 바꾸는 데는 결국 행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 박사는 “주민이 10년 공들여도 공무원이 1년 만에 다 망칠 수도 있다”고 행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8년간 공무원으로, 2년을 마을만들기센터장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의 토대를 만들었다. 토대를 바탕으로 진안군은 농촌 마을 만들기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정책 수립···민관 함께 하는 것

진안에서 그가 더 할 일은 없었다. 진안의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겠다고 판단한 그는 충남에서 시도하는 마을 만들기 계획에 흥미를 느끼고 충청남도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 다시 행정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행정에 발을 담글 필요가 있었다. 이후 충청남도마을만들기지원 센터장으로 15개 시군의 마을만들기 제도 정비를 도왔다.

얼마 전 그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나와 장곡면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이하 일소공도)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민간 영역으로 나왔지만 구 박사는 민간과 행정을 나누는 것을 경계했다. 구 박사는 “정책이란 단어를 행정적인 의미로 오해하는 것 같다. 정책은 행정 혼자가 아닌 주민과 같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도에서 한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진안군에서 처음 했던 것처럼 행정에서 쌓아놓은 제도를 민간에서 실행하는 연속적인 과정일 뿐이다.

연구소에는 구자인 박사와 4명의 연구원이 함께 일을 한다.

주체는 주민···보조 역할 주력

그가 장곡면을 선택한 것은 장곡이 홍성에서 가장 변방이기 때문이다. 홍성에서도 변방인 곳에서 마을 만들기의 새로운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가 면에 주목하는 이유는 면이 주민자치의 가장 기본 단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구박사는 “과거에는 면이 지방자치단체였다. 우리나라는 자치단체 단위가 커서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게 어렵다. 면이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곡면의 환경이 열악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변방이지만 그와 반대로 주민들의 자치 활동이 활발해 그가 추구하는 것을 실천할 최적의 마을이다. 그의 이상뿐만 아니라 장곡 주민들의 의견도 직접 실천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주체는 어디까지나 주민이 되어야 한다. 연구소는 주민자치회에 새로운 의견과 관점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구자인 박사가 지난해 장곡에서 개최된 장곡면 2030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장곡에서 계속되는 실험

일소공도는 새로 생긴 곳은 아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장곡농협 맞은편에 연구소를 열었다. 좀 더 현장과 밀접하게 운영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단 협동조합의 형태를 취한 이상 수익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연구소에는 구 박사 외에도 4명의 직원이 있다.

일소공도의 이후 계획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장에서 뛸 마을 리더를 교육하는 것이다. 지금 활동가로는 수가 부족하다. 활동가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는 제대로 된 연수를 할 만한 공간도 없다. 이들이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비어 있는 권역센터 등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장곡면을 기반으로 홍성의 면 단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홍성에 국한되지 않고 이를 전국의 면 단위와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해 보고 싶다고 한다.

“홍성에도 협동조합들이 많이 있지만, 개별활동에 그치고 있다. 수백 개의 협동조합이 모여 전자제품까지 생산하는 스페인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처럼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 장곡면에서도 ‘협동’이라는 이름에 맞게 농산물 가공유통이나 문화, 복지 등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살 만한 농촌을 만드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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