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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샘을 찾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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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샘을 찾아 4
  • 홍성신문
  • 승인 2021.04.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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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마을 용왕샘과 마을 수호신 미륵
구암마을 미륵당 주변 모습

우리고장 홍성군 금마면 송암리 구암마을이 있다. 이 마을 입구 산모퉁이에 역사를 알 수 없는 미륵이 서 있고, 미륵당 앞에 용왕제를 지내는 샘이 있다.

구암마을 미륵은 1m 정도 높이로 작은 편이며 얼굴과 몸통은 형태만 남아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노출돼 세세한 표현이 마모되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전체 모습만 조각되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구암마을 미륵과 관련한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온다. 마을 앞 길 건너편으로 나지막한 산 이름이 ‘낭구산’이다. 옛날 구암마을에 힘센 장정이 낭구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었다고 한다. 산 중턱에서 미륵을 발견해서 이곳까지 지게에 지고 와서 잠깐 쉬었다. 다시 일어나서 지게를 지려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옮기지 못하여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또 다른 얘기도 전해온다. 옛날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마을 앞을 지나가던 스님이 미륵을 세우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옛날부터 마을에는 항상 전염병이 비켜갔다고 한다. 6·25 때에도 마을에서 피해를 당한 주민이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들은 미륵이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구암마을 미륵 모습

구암마을 미륵제는 해마다 음력 정월 14일 저녁에 지낸다. 미륵당 앞에 있는 샘물을 퍼내고 주변에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샘 앞에서 먼저 용왕제를 지낸 다음에 미륵제를 지냈다.

옛날부터 신성시 지켜오던 미륵제를 1970년대 새마을 사업을 할 때 없앴다. 정부의 방침도 있었고 미신이라는 현대적인 사고 때문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미륵을 없애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옛날부터 모셔왔던 미륵을 없앨 수 없다는 마을이장과 일부주민의 뜻에 의해 영원히 사라지는 운명은 피했다.

구암마을 용왕샘 옛 모습. 2008면 금마면지 사진

미륵은 10여 년 세월동안 보살피는 사람도 없이 풀숲에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이후로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을어른들은 미륵을 소홀히 대하고 미륵제를 중단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대 초에 벽돌로 미륵당을 짓고 다시 정성껏 모셨다. 미륵당 옆에 미륵제 제물을 준비하고 물건을 넣어두는 건물도 지어놓았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미륵제도 다시 지내기 시작했다. 그 뒤부터 마을에 평안이 찾아왔다.

지금은 미륵당의 모습도 샘도 옛날 모습이 아니다. 미륵당은 옛날 벽돌 건물을 없애고 정자처럼 지붕을 설치하여 보기 좋게 다시 정비했다. 안타까운 것은 용왕제를 지내던 샘이 사라진 것이다. 옛날에는 마을 주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하던 중요한 대동샘이었다. 미륵제에 앞서서 용왕제를 지내던 마을의 정신적인 안식처이기도 했다.

용왕샘 현재 모습

하지만 샘의 역할도 세월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했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설치되면서 샘물은 허드랫물로 사용하는 정도가 되었다. 더구나 지하수 개발로 철철 넘쳐흐르던 샘물도 점점 줄어들어 바닥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은 샘의 보존에 관해 깊은 고민 끝에 메우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샘 자리에는 시멘트로 만든 원통을 세워서 흔적을 남겨놓기로 했다. 샘의 원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서 용왕제를 계속 지내고 있다.

구암마을 미륵제와 용왕제는 금마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마을공동체신앙이다. 마을에서는 앞으로도 조상 대대로 전해 오는 미륵제를 중단시키지 않고 계속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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