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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영어 아닌 살아 있는 영어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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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영어 아닌 살아 있는 영어 배워야”
  • 윤종혁
  • 승인 2021.04.10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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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역가 활동하는 서울학원 이미현 강사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입니다. 영어를 배워야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집니다. 어려서 영어를 배우게 되면 세상을 상대로 꿈을 꾸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학교 수업 점수를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죽은 영어가 아닌 살아있는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홍성읍 서울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미현(51) 강사는 아이들에게 인기 강사다. 서울에서 오랜 시간 학원을 운영하며 터득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노하우뿐 아니라 긴 시간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인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학습된 발음과 문장 등으로 쉽고 재미있게 전문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미현 씨 수업을 들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선생님이 사람 말을 안 한다’고 이야기 했다. 놀란 부모가 학원에 찾아왔고, 왜 영어로만 가르치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 아이는 1년 후 영어 듣기가 능숙해졌고, 간단한 대화도 곧잘 한다.

이미현 씨는 결혼 후 우연한 기회로 영어학원을 운영하게 됐다. 강사로 미국인 등을 고용했다. 학원을 이끌어가면서 강사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영어가 절실했다. 낮에는 학원을 운영하고 밤과 주말에 자신이 고용한 영어 강사들에게 영어를 배웠다. 밤낮으로 영어를 배우는데 매달렸다. 시간이 지나자 영어가 귀에서 들리고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 씨는 온라인교육 서비스 기업인 메가스터디에서 중등부 영어 교사가 됐다. 영어교사가 천직인 듯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 인기 강사가 됐다. 그러던 어느날 하나밖에 없는 딸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딸을 직접 가르치려니 힘에 부쳤다. 그녀는 결국 딸을 위해 안정된 직장과 명예를 뒤로 하고 2009년 국제학교가 있는 스리랑카로 떠났다.

스리랑카 대통령・국회의장 통역

스리랑카는 한국인에게 낯선 나라이다. 인도양 옆에 있는 스리랑카는 오랜 시간 영국 식민지였다. 지금도 곳곳에 영국 문화가 많이 남아있고 상류층 사람들은 영국식 영어를 사용한다. 이미현 씨는 한국인이 거의 없고, 자연환경이 살아 있고, 영국식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스리랑카를 선택했다. 이 씨의 선택은 적중했다. 스리랑카 국제학교를 다닌 딸은 입학 당시 세계에서 15위라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입학했다.

스리랑카에 있는 동안 한국 국회의원이나 기업인들이 스리랑카를 방문하면 한국대사관에서 이미현 씨에게 통역을 맡겼다. 한번은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과 기업인들이 스리랑카를 찾아 대통령과 환담 자리를 가졌다. 통역을 맡았는데 부산 국회의원들의 사투리가 너무 심했다. 분위기를 살리고자 부산 사투리를 최대한 살려서 통역을 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좋아했고 대통령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결국 환담은 잘 이뤄졌고, 한국 기업인들이 스리랑카 국책 사업에 참여하는데 일조를 했다.

스리랑카 국회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이미현 씨가 통역을 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LG전자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때도 스리랑카 대통령 곁에 이미현 씨가 서 있었다. 지금도 국내 굴지의 기업이나 기관에서 이미현 씨에게 전문 통역을 의뢰하고 있다.

스리랑카 국회의장 통역할 때 모습. 사진 가운데가 국회의장이고 사진 오른쪽이 이미현 씨. 사진 제공=이미현

“영어, 점수가 중요한 것 아니다”

전문 통역가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끊임없는 배움이다. 지금도 학원에서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면 아무리 피곤해도 1시간 이상 CNN 뉴스를 본다. 우리나라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생기듯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영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배움은 끝이 없습니다. 만족하는 순간 뒤처집니다. 엄마들은 아이들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면서 왜 집에서는 방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부터 변해야 합니다. 틀리더라도 집에서 반복적으로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단어를 써야 합니다. 영어에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이미현 강사의 철학은 확고하다. 지금 당장의 점수 향상이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그 나라 법률, 의료 등 전문가들과 막힘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깊이 있는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의 막힘없는 토론과 대화, 전문가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려 노력한다.

“아직도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영어권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는 죽은 문법이 실려 있고 문법 중심, 빈 칸 채우기 중심의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입을 닫게 만듭니다. 변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영어수업 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교과서에 만족하지 말고 그 나라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광천읍 옹암리가 고향인 이미현 씨는 홍주초(37회), 홍성여중(39회), 홍성여고(35회)를 졸업 후 고향을 떠났다. 대학 졸업 후 오랜 기간 스리랑카, 미국, 캐나다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다가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 2년 전 고향 홍성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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