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1 (금)
귀농 1세대 부부의 마을방앗간
상태바
귀농 1세대 부부의 마을방앗간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3.06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동면 송풍방앗간 진연춘·허경화 부부

홍성 정착한 도시 처녀·총각

진연춘(57)·허경화(55) 부부가 홍성에 정착한 것은 귀농이나 친환경농업이란 단어가 아직 생소한 1990년대 일이다.

진연춘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농촌 생활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친환경농업이 언론 등에 처음 소개되는 시기다. 그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사는 삶, 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명동성당의 농촌봉사 모임을 통해 시골에 주말마다 내려가는 식으로 2년간 농사를 체험했다. 자신이 농업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시험해 본 것이다. 이렇게 농촌체험을 하던 중 직장동료를 통해 서부면에 있는 빈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996년 귀농을 결정했다.

허경화 씨는 진연춘 씨가 귀농하고 일 년이 채 안 됐을 때 지리산 여행길에서 만났다. 농촌에 시집오는 걸 선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어떻게 서울 아가씨가 농촌 남자를, 더구나 초짜 농부를 뭘 믿고 따라왔냐는 질문에 허경화 씨는 “그때는 눈에 뭐가 씌었나 봐요. 뭐, 사람이 착해서 결심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만난 지 일 년이 채 안 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서부면의 지은 지 100년 넘은 낡은 시골집에서 신혼생활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초보 농부에다 친환경농업을 배울 곳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그리 어려운 것을 몰랐다고 한다. 본인들이 너무 순진해서이기도 하고 돈을 버는 것을 크게 연연하지 않은 점이 컸다고 한다.

농부에서 방앗간 사장님으로

진연춘 씨는 “농부가 빚 안 지고 야반도주 안 하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년간 나름 농부로 기반을 닦고 살아온 부부가 방앗간을 인수한 것은 경제적 문제와 진연춘 씨의 건강 문제가 컸다. 그는 오랜 농사로 인한 허리 통증으로 예전처럼 많은 농사를 지을 순 없다. 처음엔 택배기사나 택시 운전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농부가 농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부부도 방앗간이 이제 사양 산업인 것을 모르진 않았다. 그래도 전업농을 하는 것보다는 수입이 낫겠다 싶어서 지난 2017년 방앗간을 인수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방앗간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부부가 인수한 송풍방앗간은 홍동면을 50년 넘게 지키던 방앗간이다. 방앗간이 없어지면 마을 주민들이 참기름, 들기름은 어떻게 먹고 고춧가루는 또 어떻게 먹을까 하는 생각도 방앗간을 인수를 결심한 이유다.

새 방앗간에서 준비하는 미래

부부는 얼마 전 3년간 운영하던 기존 방앗간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지었다. 방앗간의 위생과 근로환경을 생각한 결정이다. 방앗간 옆에는 찻집도 함께 들어섰다. 주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할 목적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부부는 조만간 방앗간에서 나오는 상품을 이용해 방앗간 꾸러미를 판매할 생각이다. 방앗간에서 나오는 상품만 가지고 소비자의 선택지가 좁아 찻집도 운영하면서 이곳에서 만드는 다양한 차로 판매한다.

상품은 지역에서 나오는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다. 방앗간에서 만드는 참기름, 들기름, 고춧가루, 각종 떡을 비롯해 찻집에서 판매하는 꽃차, 도라지청, 유자청 등이 꾸러미에 들어간다. 이달 셋째 주부터 연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아직 만들 수 있는 수량이 많지 않아 선착순으로 30명만 모집한 후 가을부터 추가로 신청받을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