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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려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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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려인 마을
  • 홍성신문
  • 승인 2020.09.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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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주민센터 김민선 팀장

내포(홍북읍)에 작은 고려인 마을이 있다. 충남도교육청 맞은편에 보면, 러시아마트와 비슈케크 식당을 중심으로 300여 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다. 한 달에 1~2번 비슈케크 식당의 배려로 장소를 빌려 상담도 진행하고 밥도 먹는다. 음식은 같은 듯, 다른 듯, 거의 비슷하다. 한국 음식과 비슷하지만 간단하게 차려지는데, 한동안 먹지 않으면 자꾸 떠오르는 중독성도 있다. 다양한 빵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한번 쯤 들러보면 좋겠다.

고려인. 러시아어로 ‘카레예츠’, ‘고려 사람’이라는 뜻이다. 같은 동포임에도 외국인과 재외동포 중간 어디쯤 속한 ‘이국인’으로 인식되지만, 이들은 ‘고려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상담소에서 기초상담을 할 때 이름과 함께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국적이다. 국적을 물었을 때 ‘고려인, 고려사람, 코레아(korea)라고 대답했던 사람들의 수가 꽤 됐다.

누군가 자신은 밀양박씨라고, 아버지는 지금 조상의 고향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외국인등록증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라고 써 있는데, 왜 코레아라고 대답하는지 의아했지만, 그만큼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을 뚜렷하고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려인 동포들은 다른 이주노동자와는 달리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살 곳을 찾기 위해 조상의 땅에 왔다. 조상의 땅을 찾아온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한데, 고려인 동포 정착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는 언어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련시기 스탈린의 강력한 이주정책으로 인해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못한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서툴러 일터, 생활, 교육, 의료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단순한 문제도 언어 문제로 인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인 동포들은 일시적인 이주가 아닌 정주화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고려인 동포들을 이방인이 아닌, 정착해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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