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죽음을 넘지 못했다

도로변 투명방음벽 조류 피해 심각 갈산 취생리서만 년 100마리 희생

2020-02-22     김영찬 기자
취생리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설치한 시설이 야생동물에게는 생명을 앗아가는 함정이 될 수 있다. 갈산면 취생리를 지나는 29번 국도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이 조류를 위협하는 덫이 되고 있다.

 서산에 거주하는 서한수 씨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29번 국도를 지난다. 그가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투명방음벽 아래 죽어있는 조류의 사체 촬영하고 수를 세는 것이다. 방문할 때마다 2~3마리씩은 발견한다.

작년에 희생된 조류만 해도 100여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투명방음벽에

물론 방음벽에 아무 조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30미터 정도 간격으로 맹금류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서한수 씨는 “투명방음벽에 희생되는 조류는 수를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다. 홍성-청양 간 도로에서는 이곳보다 더 많은 수의 조류가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20일 취생리를 방문했을 때도 현장에서 이름 모를 새의 사체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함께 방문한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간사는 “도로 안쪽에서 보면 방음벽이 낮아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도로 바깥에서 보면 상당히 높다. 새가빈 공간으로 착각하고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 이준형 씨는 “일단 긍정적으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는 없다. 더구나 관련 예산 항목이 없어서 환경비 명목으로 여유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