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순례/ 홍성읍 월산리 ‘술집’
비가오면 더 생각나는 해물파전·국물 진한 김치짜글이
2013-05-28 안현경 객원기자
감상은 집어치우고 비오는 날 하면 역시 파전에 막걸리 아니겠는가.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비오는 날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이번에는 파전 집을 추천해 보자’ 하고 수소문하자 필자도 자주 찾는 집 이름이 나왔다. 바로 월산리에 있는 ‘술집’이다.
술집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이름이 그저 보통명사라고 생각한다. “술집 어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그냥 술집이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파전과 짜글이 찌개. 안주와 막걸리를 주문하니 서비스로 계란찜이 먼저 나온다. 막걸리는 홍성이 자랑하는 결성막걸리. 안주 가격을 보면 1만5000원대로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지만 술집의 장점은 양이 많다는 점이다.
함께 먹은 지인은 “김치찌개와 육개장 같은 묘한 맛이 난다”고 말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찌개 안에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보인다.
사장인 서석분 씨는 “수원에서 배운 소갈비김치찌개라는 건데 육수는 야채로만 내고 나중에 소갈비를 넣어서 맛을 더한 다음에 돼지고기를 나중에 넣는 거예요. 국물이 시원하고 진하게 나오는 게 특징이죠.” 하고 말한다. 원래 홍성에서 김치찌개를 잔뜩 졸여 먹는 것을 두고 짜글이라고 말하는데 손님들이 자꾸 육수를 더 달라고 주문하면서 지금과 같은 요리가 되었다고.
서석분 씨는 동생 윤석 씨와 함께 가게를 하는데 둘의 고향은 홍동면 금평리다. 석분 씨는 예전에도 식당을 했었다. 하지만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수원의 다른 음식점으로 가서 7여 년간 일하며 다시 배웠다고 했다.
동생 윤석 씨는 대기업에 다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농사일을 이으러 고향으로 돌아왔다. 1년 반 전, 함께 돌아온 남매는 농사일과 함께 가게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치찌개며 김치전, 비빔밥에 사용하는 김치도 모두 집에서 직접 담근 걸 쓰고요. 쌀은 친환경으로 재배한 걸 쓰고 파며 채소도 어머니가 키운 걸 가져다 쓰지요. 제가 손이 큰데 재료 아끼지 않고 넣다 보니까 맛있어 해 주시는 거 같아요.”
손이 큰 석분 씨는 재료도 많이 넣고 양도 푸짐하게 만드는 데다 서비스 안주도 많이 준다. 그것도 모르고 지인들은 죄다 “나랑 함께 오면 이상하게 서비스가 많이 나온다”고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석분 씨는 “다 단골들이 오시는 거니까 안 바쁠 때면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하죠. 바빠서 못 챙겨드리면 꼭 다음에라도 더 드리려고 하고요.” 하고 웃는다.
‘IF 비가 오면 Then 파전과 막걸리’는 언제부터 입력된 명령어일까. 마을의 잔칫날이면 소란스럽게 솥뚜껑에다 부쳐 먹던 파전과 막걸리가 왠지 외롭고 울적해지는 비가 오는 날에 더 생각나게 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우리는 비가 오면 파전과 막걸리를 함께 마실 친구를 찾아 헤맨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해 보라. 보통명사들로 가득하되, 습기를 낮춰주는 마법 같은 운율. “술집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할까?”
▲운영시간 : 5시 ~ 오전 2시까지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메뉴 : 김치해물전, 왕해물파전 1만5000원, 김치짜글이찌개 1만7000원, 옛날도시락 3000원 외 각종 안주.
▲찾아가는 길 :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 파리바게뜨 맞은편.
▲문의 : 041) 631-9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