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처럼 말하고픈 아이들

어른을 위한 동화 7

2021-07-26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알사탕> 백희나(지은이) / 책읽는곰

백희나 작가 그림책은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습니다. <알사탕>도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심조심 다 읽고 난 <알사탕>은 제 입에서 ‘우와!’가 쏟아지며 백희나 작가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서 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주고받으며 읽기가 가능하고 아이들의 속마음을 얘기하기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읽어주기 곤란한 부분이 한 군데 있었습니다. 아빠의 잔소리 부분입니다. 그림책의 오른쪽은 온통 아빠의 잔소리로 빼곡합니다. “숙제했냐? 장난감 다 치워라. 이게 치운 거냐? 빨리 정리하고 숙제해라….”

띄어쓰기도 필요 없이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숨 쉴 틈도 없지요. ‘이 많은 잔소리를 어떻게 읽지. 빼고 싶지도 않고 빼서도 안 되고.’ 어떻게 읽어야 듣는 아이들이 덜 지루할까?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듣는 이를 참여시키면서 읽기, 즉 아이가 읽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 수가 많을 때입니다. 소수일 때는 그림책이 바로 앞에 있으니 글자가 잘 보이는데, 그림책은 한 권이고 아이들이 반 전체이면 글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읽어 주기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아빠의 잔소리를 그대로 복사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가 아빠의 잔소리가 나오면 그 잔소리를 나눠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듣기만 하던 잔소리를 내뱉었습니다.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잔소리에 동그라미 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동그라미를 쳤고 더 있다면서 다른 잔소리를 쓰기도 했습니다. 읽어 주기 곤란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채워졌습니다.

올봄, 백희나 작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린드그렌을 기리며 스웨덴 정부가 만든 상입니다. 듣기만 한 잔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은 아이들이 갈래머리 삐삐와 닮았습니다. 삐삐처럼 시원히 말하는 아이들이 많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