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역 해법, 이렇게 해보자

2021-05-01     윤두영

홍성도 KTX 시대가 열리게 될 전망이다. 서해선 서울 직결이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에 신규 사업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발표의 주체인 한국교통연구원은 서해선 서울 직결이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다. 경제성이 충분한 만큼, 국책사업으로 확정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홍성의 KTX 시대는, 홍성은 물론 충남 서북부 발전을 앞당길 장밋빛 청사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암울한 이 시기에,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같은 낭보다.

그동안 이 사업을 위해 동분서주한 홍문표 국회의원, 양승조 지사, 김석환 군수에게 군민을 대신해 감사드린다. 감사와 함께 새로운 각오와 행동도 부탁한다. 사업의 최종 확정은 물론, 조속한 연결로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홍문표 국회의원이 더 뛰어야 한다.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삽교역 문제다. 이 문제는 호사다마(好事多魔) 바로 그 것이었다. 서해선이란 호사(好事)가 나타나자, 곧 바로 지역 갈등이란 다마(多魔)가 불거진 것이다. 갈등의 다마(多魔)는 현재 진행형이고, 해결된 기미는 요원하다. 그런 이유로, KTX 낭보가 날라 왔음에도, 뭔가 긴가민가하고 답답하다. 그 만큼 삽교역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 심각함은 홍성·예산 군민의 견해 차이에서 시작됐다. 삽교역 설치를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충돌한 홍성·예산 군민은 서로 자기의 주장만 내세운다. 그 주장은 곧 지역이기주의다. 그 지역이기주의에 함몰돼, 상생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상생을 위한 지혜와 행동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갈등이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 갈등의 결과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우린 그런 갈등을 고집해 공멸(共滅)하는 역사를 수도 없이 봐 왔다. 패권 다툼으로 인한 국제전과 국내전이 다 그랬다. 기억속의 역사뿐만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내전도 그렇다. 미얀마 군부의 패권 쟁취욕으로 인한 갈등이다. 그런 전쟁과 갈등의 동력을, 화합과 상생의 기회로 살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모든 에너지를 소멸시켰다. 그리고 공멸의 위기로 치닫는 것이다.

삽교역을 두고 벌이는 홍성·예산의 갈등도 그런 결과를 초래치 않을까 두렵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서해선에 왜 삽교역이 없느냐?’는 이의 제기로 갈등은 시작됐다. 예산군민 입장에선 제기할 만한 이의라 치자. 하지만 홍성군민 입장에선 아니었다. ‘없을 만 하니까 없었던 것’이었고, ‘고속철인데 그 거리에 웬 역을?’이 홍성군민의 반론이었다. 그런 반론엔 삽교역 설치로 인해 홍성이 입을 피해 의식도 다분히 포함돼 있었다.

결국 지역이기주의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갈등은 지속돼 왔다. 당사자인 홍성·예산 군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 됐다. 정치권이 나서야 했다. 국회의원과 도지사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안에서 만큼은 무능했다. 아니 비겁했다. 예산군민의 표만 의식하고 삽교역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칙과 공정을 무시하고 말이다. 홍성군민을 졸(卒)로 보고 말이다. ‘아닌 건 아니 겨’라고 말하지 못하고 말이다. 무능하고 비겁한 정치적 행위였다. 그들의 그런 행위로 인해, 홍성·예산 군민은 상생의 기회를 상실하고, 공멸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잡아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해선은 잊어버리자. 지금부턴 경부선으로 연결되는 KTX만 생각하자. 그럼 간단하다. 홍성을 출발한 KTX가 삽교역에 정차할 이유는 없다. 경부선 KTX를 보면 그렇다. 경부선 KTX는 용산역도, 영등포역도 무정차 통과한다. 도시 규모나 여객수로 보나, 삽교역과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많은데 말이다. KTX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의 서해선 입장에서 삽교역 설치를 지금부터 신중히 검토해 보자. 검토 결과, 설치에 타당성이 있다면, 삽교역을 서해~안산선 출발역으로 하자. 용산역을 호남선 출발역으로 한 것처럼 말이다. 최상책은 아니어도, 상책은 되지 않을까? 정치권의 중재와 홍성·예산 군민의 양보와 협조가 절실한 지금이다.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말했다. ‘서로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예산군민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홍성군민의 ‘끌어안을’ 양보의 미덕도 필요하다. 어차피 홍성·예산은 남이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