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1- “엄마도 맞혀 봐”

2021-05-01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동화책이라 하면 으레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 생각한다. 언제 동화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번호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를 격주로 연재한다. 달님그림책연구소장 전진영 씨가 동화책을 읽고 느낀 점을 간결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편집자 주>

<나비가 날아간다> 김용택 시, 정순희 그림 / 미세기, 2001

지금은 시 전문 출판사도 있고 시 그림책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애 키울 때 만 해도 시 그림책은 많지 않았지요. 운 좋게 김용택의 <나비가 날아간다>라는 동시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줄 수 있었습니다. 이 동시그림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에 따라 총 15편이 실려 있습니다. 동시와 함께 어울리는 그림이 양쪽 면에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긴 스토리의 그림책을 읽어 줄 때보다 동시 그림책 읽어 주는 게 수월하기도 했어요. 여러 날 반복해서 읽어 주는데 듣는 아이가 지루하지 않을까? 좀 더 재밌게 읽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제목 맞히기 놀이를 하면서 읽어주었어요. 아이는 아직 글자를 모르는데도 제목을 가리고 읽어 주었죠.

그렇게 아이는 훨훨 자라 초등학생이 되었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어느 날 갑자기 와서는 “엄마도 맞혀 봐”하는 겁니다. “어? 뭘?” 아이 손에는 <나비가 날아간다> 그림책이 들려 있었습니다. 저는 번번이 틀렸고 아이는 ‘땡’, ‘땡’ 하면서 즐거워했어요. “아니, 엄마 두 글자야”, “비슷해. 좀 더 해 봐.” 아마도 그날 학교에서 동시를 배웠을 수도 있고 김용택 시인의 이름을 들었을 수도 있겠지요.

오래전에 읽어 준 동시그림책을 꺼내 들고 엄마에게 놀이를 제안한 그날이 흐뭇합니다. 지금은 이 아이가 엄마 말 안 듣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등짝을 때려 주고 싶다가도 책상 위에 놓인 시집을 보면 ‘아니, 얘가 시를 읽네’ 참게 됩니다. 시 읽는 딸이 좋습니다. 봄이 되면 이 책의 ‘벚꽃’ 시가 유독 떠오릅니다. 여러분도 ‘벚꽃’ 동시 한번 외워 보세요. 짧고 쉽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