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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⑬ “며 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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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⑬ “며 쌔려”
  • 홍성신문
  • 승인 2020.05.2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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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이 우리지역의 사투리를 매주 구수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조 사무국장은 연재의 이유에 대해 사라져가는 정겨운 사투리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전문가의 본격적인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전문가, 학자로서의 견해가 아닌 ‘사투리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벼운 글임을 미리 알린다. <편집자주>

이니:  그려 그려, 옳지 옳지, 쫌만 더 줘 패서 아주 며 쌔려! 오늘 이노끼 절단 내번지자!
저니:  아녀, 고만패고 빡치기 둬방 믹이야지, 김일이가 오늘은 무조건 이기겄다야.

※한국의 ‘김일’,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끼’는 60~70년대를  풍미했던 프로레슬러임

<며 쌔리다>는 ‘메어치다’와 ‘때리다’가 붙여진 말이다. 메어치다는 ‘어깨너머로 둘러메어 힘껏 내리치는 것’이고, ‘때리다’는 말 그대로 때리는 것이다. 다만 ‘때리다’ 가 우리 동네에서 ‘쌔리다’로 발음되기에 이를 종합하면, ‘메어 쌔리다’이고, 이것이 줄어서 ‘며 쌔리다’가 되었다. 며 쌔리는 것은 그저 한 대 쥐어박는 정도의 가벼운 표현이 아니고 상대방을 눕혀 제압하는 정도의 물리적 폭력을 말하는 것이다.살기좋고 인심 넉넉한 우리 충청도에서는 남에게 하는 험상궂은 표현이나 흉악한 저주의 표현 등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냥저냥’ ‘워치게 되것지’하는 유순한 마음이 바탕에 늘 깔려있기에, 한 번 ‘며 쌔리는’것이 표현할 수 있는 폭력의 전부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꼴 보기 싫으니 메어쳐서 정말로 죽도록 패라는 뜻이있다기보다, 한번 ‘본때를 보여줘라’, ‘뜨거운 맛을 보여주어 너의 존재감을 알게 해라’ 정도로도 해석된다. 충청도 토박이 중장년층의 대화에서도 종종 이 말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해골 며 쌔리러 가네’라고 하면 ‘(집에 가서) 베개에 머리 눕히고잠이나 자야겠다’라는 뜻의 은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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