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08:39 (화)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 막아야
상태바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 막아야
  • 홍성신문
  • 승인 2020.05.10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02호 사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운동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갈산면 오두리 산업폐기물처리장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홍성군이 환경영향 평가서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함에 따라 이제 공은 금강유역환경청으로 넘어갔다.

지난 7일 <홍성 오두리 폐기물처리장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등 350여 명은 대전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금강유역 환경청이 홍성 오두리 폐기물처리시설 환경영향 평가 검토에서 부동의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주민대표와 홍문표 국회의원, 도의원 등은 환경청장을 면담하고 폐기물처리장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갈산과 서부 등 천수만 일대 어촌계와 상인, 농민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350여 명을 이끌고 대규모 원정 집회를 결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이 같은 주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신중하게 받아들여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고 자연과 사람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단호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

산업쓰레기 처리가 민간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땅 값이 싼 농촌에 도시의 쓰레기를 버리는 폐기물처리장이 마구잡이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화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던 농촌마을이 어떻게 짓밟히고 파괴되는지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 정확한 정보의 공개, 주민 의견수렴과 동의를 구하는 등 민주적인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고 뒤에서 암암리에 금품으로 매수하고 거짓과 유언비어로 민심을 갈라놓으며, 회유와 압박 등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여 법적 요건만 갖추면 사업승인을 따낼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허용 되서는 안 된다.

오두리 대책위원회는 <와룡천의 메아리>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통해 이러한 야비한 상업 자본의 술수를 꿰뚫어 보고 주민들이 단결하여 삶의 터전인 농토와 생존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여러 사례에 대한 연구와 조사 활동을 꼼꼼히 기록해 배포했다.

오두리 대책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폐기물처리장 부지 인근 와룡천에 참매(천연기념물 제 323-1호)와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8호)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 324-2호) 삵(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등 국가적으로 보호하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종 야생동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지만 천연기념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문헌상으로만 존재한다는 업체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두리 대책위원회는 그 근거자료로 2019년 12월과 올 3월 참매와 황조롱이가 오두리 인근에서 구조되었다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기록과 야생동물을 목격한 주민, 낙시꾼 등의 증언을 확보해 금강유역환경청에 전달했다고 한다.

천수만의 간척지와 간월호 습지는 야생동물 47종을 포함해 260여 종의 철새 30만 마리가 찾아오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국가에서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한 천수만은 문화재청이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야생방사지로 선정했으며, 간월호는 자연지형 기반의 간척 습지로 하천 하구와 호소생태계가 연계된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으로 환경부와 서산시가 국가지정 보호습지로 조성하기 위해 정밀조사를 진행했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간월호 주변 간척지는 약 4660만 평의 우량농지가 있어, 해마다 5만4000톤의 쌀이 생산되는 농민들의 삶터이자 우리를 먹여 살리는 식량창고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번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이 같은 천수만 일대의 자연생태계의 보존가치를 면밀한 현장실사를 통해 확인하고 이에 대한 보존대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홍성군과 군의회도 적극 나서서 와룡천과 간월호 일대에서 확인된 멸종 희귀종 야생동물의 서식과 생태계에 보존 가치에 대한 조사 자료를 신속하게 제출하여 천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천혜의 자연 생태계가 산업 쓰레기장으로 훼손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