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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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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⑪
  • 홍성신문
  • 승인 2020.05.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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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이 우리지역의 사투리를 매주 구수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조 사무국장은 연재의 이유에 대해 사라져가는 정겨운 사투리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전문가의 본격적인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전문가, 학자로서의 견해가 아닌 ‘사투리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벼운 글임을 미리 알린다. <편집자주>

이니:  자네 들었는가? 박씨네 자갈밭 가운데로 장항선이 새로 뚫린디야…
저니:  허…참…그리기. 운도 좋으웨, 청와대에 빽 좀 썼는개비다.

<그리기>는 상대방의 동의를 나타내는 ‘그러게 말이다’의 뜻이다. 이것이 줄면 ‘그러게다’이고 더 줄이면 ‘그러게’ 인데 이 말이 충청도로 오면 ‘그리기’로 바뀐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많이 쓰이는 ‘그리기’는 상대의 말에 대한 긍정을 나타내는 가벼운 리액션으로 주로 막역한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그러게다?’ 라고 뒷말을 의문형으로 올려세우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된다. 이것은 ‘그런 셈이네?’ ‘그렇게 하기로 한 모양이네?’ 라는 뜻으로 상대방에게 오히려 확인을 요청하는 말이 된다. 때로는 감탄사와 합해져서 표현되기도 한다. ‘허허 참나, 그리기’ ‘나 원…그리기’ 등등.

<그리기>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말이다.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사람과 이야기 하다가 이 말을 하면 곧바로 질문이 돌아온다. “그리긴 뭘 그려?” 즉, 그리기를 ‘그림’ 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즉, 이것은 오리지널 충청도 사람들만 사용하는 전용어에 속하기 때문에, 외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주의를 해야 할 단어이기도 하다.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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