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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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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고 싶어요
  • 홍주고등학교 이상헌 교장
  • 승인 2020.04.2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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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이어 4월에도 학생들의 등교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교과서는 워킹 및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배부되었다. 담임 및 교과담임은 아침부터 텔레마케터가 되어 전화기와 씨름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아침 조회를 하여 잠을 깨우고 아이들은 컴퓨터 및 스마트폰과 하루 종일 노동(?)에 종사하게 된다.

대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열심히 학습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는 점차 커져간다. 어느 대학과 직업을 목표로 삼은 학생들, 특히 3학년 학생들은 수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온라인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에도 매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전국학력평가문제지를 봉투에 넣어 3학년 학생들에게 배부하였다. 슬리퍼를 신고 온 학생에게 담임 선생님은 훈계를 했다. 학교에 오니 선생님을 만날 수 있고, 또 혼나도 즐거운지 싱글벙글이다. 교사도 학생이 있어야 행복하고 학생 역시 학교에 와야 행복하다.

학생들이 등교하여 선생님 속을 썩여도 그래도 학교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교탁에 스마트폰을 켜고 영상자료를 만들고 계신다. 방해가 될까봐 고개를 얼른 숙이고 교실을 순회한다.

초등학교 다니던 60년대는 학교에 오고 싶어도 오질 못했다. 기성회비를 내다가, 그 다음에 명칭이 바뀐 육성회비를 납부해야했다. 갈색 육성회비봉투엔 월별 칸이 있고 납부한 달은 담임의 도장이 찍혔던 걸로 기억된다. 베이비부머로 한 학급인원이 70여 명일 때이다. 학급 학생 중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담임으로부터 학교에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학생이 있었다.

상급학년으로 진급할 때는 10여 명이 중도 탈락하게 된다. 며칠 보이지 않으면 그만두는 게 다반사였다. 당시 담임은 공납금을 잘 걷고 저축 많이 하도록 하는 교사가 일등 교사였다. 육성회비와 기성회회비를 내지 못해 등교정지를 시키는 것이다.


“다음 장날까지 낼 사람 집에 가.” 이러면 몇몇의 학생들의 집이 가고 담임 선생님은 또다시 말씀하신다. “다 다음 장날까지 낼 사람 집에 가.” 나와 함께 두세 명이 남는다. “느네 집은 돼지도 안 키우냐?” 욕을 한바탕 먹고는 보너스로 꿀밤을 맞았다. “청소하고 가 임마.” 눈물을 훔치면서 청소를 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나와 함께 남았던 친구와 이야기하며 한참을 울었다. 복도에서 유리창 너머로 수업장면을 쳐다보던 남자 친구, 동생을 업고 복도에서 서성이던 여자 친구, 교실로 들어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친구들은 도망쳤다.

나는 누님이 써준 편지를 담임께 드렸다.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큰 누님 6학년 때 담임이셨다. “방학 책을 사지 못해 백로지(갱지)를 철해 방학 책을 만들어 냈던 아무개가 네 누이냐?” 나는 대답도 못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학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맘때가 가장 견디기 힘든 춘궁기, 모 가수가 부르는 보릿고개다. 그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넘긴 우리들처럼 현재의 어려운 코로나19도 지혜롭게 극복하고 멋진 새날, 왁자지껄한 교실과 운동장에서 먼지를 날리며 축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내일 보겠지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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