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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비상행동 특별기고 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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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비상행동 특별기고 ㉕
  • 홍성신문
  • 승인 2020.04.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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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연속기고를 마치며

                                                                                 장정우 (홍성녹색당 정책팀장)

 

확진자가 일주일째 10명 안팎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를 일순 마비시켰던 코로나가 소강상태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황금연휴 첫날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표가 동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약 석 달간의 코로나 비상시기는 이렇게 끝이 날까?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본격적인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가 5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2~3월보다 4월 들어 더 악화된 각종 수출지표를 보면 적어도 국내경제가 곧바로 회복하지는 못할 것 같다. 또한 많은 학자가 기후위기로 인한 제2, 3의 코로나를 예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끝난 지 채 보름도 되기 전에 미래통합당은 스스로 주장하던 전국민 재난기본소득을 폐기하고 선별적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야당에 공을 넘기며 ‘긴급’재난지원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큰일’을 한다는 소위 '위정자'라는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권자를 대의한다는 30세 이하 4.3%, 평균연령 54.9세, 평균재산 21억8000만 원의 21대 국회의원들은 우리 시민들의 삶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인가. 자영업자, 학생, 날품팔이노동자, 농민, 시민운동가 등등 다양한 정체성이 있겠지만 우리는 시민이다. 국익을 앞세우고 지역을 앞세운 ‘큰 그림’ 앞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부차적인 사안이 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민’들의 염원 역시, 지금의 경제시스템을 유지해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국가 단위의 거시적인 전제 앞에서 무력해졌다.

정부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은 크게 ‘사업유지’, ‘고용유지’, ‘생계유지’ 세 가지 측면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계획을 보면 이중 생계유지에 투입되는 금액은 7조원, 기업에 지원하는 금액은 175조원이다.(이승훈,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일자리 위기 돌파구 될까>, 《오마이뉴스》, 2020.04.22.) 결국 우리 정부의 위기 대응책은 여전히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살려야 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의 숨통이 트인다는 ‘국가적’ 경제 논리 위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가.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늘리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그리고 기업에 투입되는 재정에 비례해 고용은 늘어날 수 있을까? 전세계 날품팔이 노동자들은 왜 점점 증가하나? 그런 식의 경제 논리를 최선을 다해 추구한 결과 중 하나가 기후위기인데,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전에 “글쓰기는 자신의 기억을 규정하며, 자기선언의 성격이 있어서 정신승리가 이뤄진 후에 글을 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여섯 달 동안 성별, 나이, 직업, 지향이 다른 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써왔다. 기후위기라는 위기상황이 전례 없는 규모와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외에도 기고를 준비한 이들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은 ‘거시적 경제 논리’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써 내려간 글들은 충분한 자기 확신도, 정신승리도 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가 우리에게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나 수출지표가 아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사실과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라는 말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다 같은 위기일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든, 기후위기든. GDP와 수출지표를 살피는 ‘기업과 국가의 위기’와 홍성천의 벚꽃을, 오서산과 용봉산 자락을, 궁리의 노을을, 들의 논밭을 바라보며 사는 ‘시민들의 위기’는 다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사회는 좋든 싫든 잠시 멈춰 섰다. 우리의 일자리가 멈춰 섰고. 동시에 기존의 ‘경제시스템’ 역시 작동을 멈췄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봄에는 아름다운 봄 길을 걸으며 국가가 아닌, 우리들 시민 각자가 삶에서 지키려는 것과 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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