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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대표하는 술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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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대표하는 술 만들겠다”
  • 윤종혁
  • 승인 2020.04.2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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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는 구항 내현리 서연철 농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을 없다. 구항면 내현리 서연철(68) 농부가 빚는 술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대 후반부터 술을 빚기 시작했으니 40년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쌀과 누룩, 물로만 만들었는데 서연철 농부의 술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서연철 농부는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부인 이경옥 씨와 결혼 후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지켰다.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서연철 씨 어머니가 술을 빚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가 만든 술을 최고로 인정했다. 너도 나도 어머니에게 술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서 씨 부부는 어머니로부터 술 빚는 법을 배웠다. 명절 때주로 술을 빚었는데 한 번 맛 본 사람들이 자꾸만 술을 만들어달라고 재촉해서 이제는 주기적으로 술을 빚고 있다.

쌀은 본인이 농사지은 멥쌀만 사용한다. 쌀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씻어서 고두밥을 만든다. 식힌 고두밥에 직접 만든 누룩을 1대1 비율로 섞어 항아리에 넣는다. 누룩은 고두밥과 섞기 직전에 곱게 가루를 낸다. 마지막으로 보개산 기슭 옹달샘에서 떠온 물을 넣어 잘 섞어 준다. 열흘 정도 항아리를 따뜻한 곳에 놔두고 술이 익기를 기다리면 된다.

“쌀과 누룩도 중요하지만 술맛은 물맛이라 생각합니다. 물이 미묘한 맛의 차이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보개산 옹담샘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술을 빚을 때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옹담샘에 가서 물을 떠 오는 이유도 바로 변하지 않는 술 맛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서연철 씨는 한우 60여 마리를 키우며 벼농사를 짓는 농부다. 집 앞 텃밭 농사도 짓고 보개산고사리영농조합 대표이기도 한다. 농사일을 하면서 술까지 빚느라 쉴 틈이 없다. 농사일로 아무리 힘들어도 술을 빚게 되면 언제 몸이 아팠냐는 듯이 싹 낫는다고 한다.

“항아리 온도와 발효 상태를 살피기 위해 새벽 2~3시에 일어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잠 잘 시간도 부족할 때가 있지만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제가 만든 술을 누군가가 맛있다고 해 주니까 술 만들 때는 조금도 힘들지 있습니다. 술이 항아리에서 보글보글 익어갈 때 그 감동은 만드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입니다.”

서연철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술을 계속 빚을 계획이다. 홍성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보개산에 있는 소나무의 솔잎을 술 빚는데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자식들이 원한다면 술 빚는 법을 자식들에게 알려줄 계획이다.

“농사일을 하다가 목이 탈 때 마시는 한 잔 술의 맛을 어찌 말로 표한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빚은 술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선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홍성에 와서 먹어야만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홍성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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