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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윤형진 동서울대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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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윤형진 동서울대학교 건축과 교수
  • 윤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20.03.2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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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예방과 치료, 감염병관리시설로 대비해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홍성만은 비켜가길 온 군민이 염원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군민들은 방역에 적극 참여하고, 관계기관은 예방과 치료 중심 대책에 전념해야 한다. 응급대처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불확실한 미래의 감염병 재난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음압병상을 갖춘 감염병관리시설을 도청소재지 홍성에 설립해야 한다. 오랜 시간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온 윤형진 동서울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함께 감염병관리시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편집자 주>

 

감염병관리시설 연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뉴스에서 감염환자로 격리된 부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사연, 의료진의 가족마저 사회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연 등을 접하며 마음이 아팠다. 메르스 이후 국가중앙감염병연구 책임을 맡은 교수님이 참여를 제안하셔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유학 시절 의료시설계획을 공부하고 미국 건축사로서 관련 실무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연구에 반영하고 싶었고, 감염병 시설이 인간의 기본 존엄을 지켜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시설기준이 강화되고 확충사업이 이루어지면서, 3년 가까이 저녁도 주말도 없이 계획안을 심의하고, 스케치로 그려가며 자문했다. 이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사현장을 점검했다. 함께 활동했던 교수님들, 질병관리본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들 모두고생이 많았다.

감염병관리시설이란 무엇인가?
감염병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서 하나의 시설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감기는 전염력이 높지만 치사율은 낮은 병이어서 근접하거나 접촉하지 않는 공간의 격리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격리시설이 필요한 감염병은 병원체의 전파양식과 환자 상태에 따라 일반격리실 또는 음압격리실이 필요하다. 일반격리 시설은 다른 환자와 공간을 구분하여 격리하는 것으로, 1개 병실에 2개 이상의 병상(환자의 침대)을 놓기도 한다. 음압격리 병실은 주위보다 압력을 낮게 하여 감염환자가 내쉰 공기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 병실이다. 결핵, 홍역, 대상포진 등의 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다.

메르스 유행 이후 음압격리병실이 속속 설치됐지만, 그 수가 적고 비용 부담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법이 개정되어 300병상 이상의 병원은 최소 1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춰야 한다. 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권역 단위에 지정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음압격리병실을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는 감염환자를 격리하고 환자 간 감염을 막기 위해 1병실 당 1병상만을 설치하게 되어있다. 감염병관리시설은 해당 시설 의료진 또는 보건소 등관리기관이 감염병 수준을 판단하여 시설을 사용한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국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 설치된,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기로 한 입원 병상을 뜻한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과 관리 지침을 보면, 평상시나 국가 공중보건 위기 시 신종 감염병 환자 등에 대한 격리 입원 치료를 위해 질변관리본부장이 설치와 운영을 지원한 감염병 관리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감염병 시설 중에서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등 전파위험이 높은 감염병 치료를 위한 시설로, 일반적인 격리시설보다 격리수준이 높은 시설이다. 고위험 감염병을 치료하는 시설인 만큼 음압이 형성된 병실뿐만 아니라 치료에 관계된 지원시설을 함께 구축하고, 일반 병동과는 철저히 격리해 독립적으로 사용한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구조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격리입원치료병상으로, 환자 진료 및 감염 확산 방지, 의료진 안전 확보의 기능을 갖는다. 병실 내에서 의료진은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여러 종류의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게 되어 일반 병실에 비해 넓은 공간과 독립된 설비가 필요하다. 구조는 크게 음압구역과 비음압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음압구역은 음압이 형성되지 않은 곳으로, 감염 우려가 없는 청결한 공간을 말한다. 주로 간호사 업무공간이나 물품보관실 등이 있다. 음압구역은 음압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환자 병실, 병실 전실, 병실 화장실, 병실을 연결하는 내부복도, 복도의 끝에 설치된 복도 전실을 통해 오염된 공기가 유출하지 않도록 몇 단계의 방어막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의료진 보호복 탈의와 제독 공간, 감염 폐기물 처리 공간, 음압구역 내 전용장비 보관 공간 등을 통해 의료진의 활동을 지원한다.

음압구역과 비음압구역은 어떻게 분리되나
위 공간들은 각 실들 간 압력 차이를 둔다. 청결도가 높은 공간에서 오염도가 높은 공간으로 공기가 흐르게 함으로써 오염된 공기가 뒤섞이지 않게 하고, 이에 따라 의료진 이동 동선을 구성해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다. 물론 감염환자와 폐기물 동선 또한 의료진 및 일반 환자와 철저히 분리할 수 있도록 계획된다. 이 시설에서는 동선뿐만 아니라 공기와 물까지도 격리, 관리되고 있다. 또한, 격리에 따른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고려해 병실에는 반드시 조망이 가능한 창문을 두고 불필요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도록 하고 있다. 가족과의 면담 등을 위해 화상 면회실이 설치된 경우도 있다.

공기와 물까지 격리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감염병 환자 격리를 위해서는 환자에서 비롯된 모든 것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의료 폐기물뿐만 아니라 의류와 침구류, 물도 포함된다.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컨을 재순환 방식이라고 한다. 실내공기를 온도만 조절해서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다. 환자의 완벽한 격리를 위해서는 실내공기를 전부 배기시키고 다시 새로운 외부공기를 급기해야 하며, 일정한 환기 횟수를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한다. 배기시설에는 0.3㎛의 입자를 99.97% 이상 제거하는 헤파필터 또는 동급 이상 고성능 필터가 설치돼 바이러스를 걸러낸다. 이를 전외기 방식이라고 한다. 환자가 사용한 오수 또한 폐수처리조를 별도로 설치, 약액으로 소독해 완벽히 제독된 후 방류한다.

한국의 감염병 대응시설 현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병에 대한 대비책을 보완해 왔으며, 의료전달 체계 정비 및 시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실행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지역 권역별 권역감염병전문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기관과 시설 규모 체계를 갖추고 역할이 분담된다. 중암감염병전문병원은 전국과 수도권을 담당하여 원인불명의 신종, 고위험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며, 감염병 환자 수술실, 중환자실, 고도격리입시설이 수반된다. 고도격리시설이란 치사율이 높고, 전파력이 강하며, 원인을 모르는 고도격리가 요구되는 감염병 환자를 위한 입원시설이다.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진료 역할 면에서는 유사하나, 고도격리시설은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권역 내 교육훈련기능을 담당하여 위기 시를 대비한 필요자원을 유지․관리한다.

2016년부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설치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 격리와 의료진 안전 향상을 위해 병상규모를 확충해 현재 전국 29개 병원에 일반 병상 337개, 음압병상 198개가 운영되고 있다. 홍성 인근에는 충남대병원, 단국대천안병원, 충북대병원이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신종감염병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인구와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한 지역별 거점병원이 있다. 지역거점병원은 격리 외래와 격리 중환자실을 갖춰 감염병 의심환자의 격리 진료 및 유증상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시설이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시설기준 강화와 함께 지역거점병원도 음압격리시설 수준으로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로 다수의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진료 및 투약과 치료가 가능하다.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격리시설 확충만큼이나 자가격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지역 내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음압병실이 부족해지면 자신과 가족, 이웃의 안전을 위해 자가격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자가격리란 독립적인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으로, 환기를 많이 해서 바이러스의 농도를 낮춰야 한다. 방문을 닫은 채로 환기하여 다른 공간으로 공기가 전파되지 않도록 하며, 가급적 온풍기 등 재순환 방식의 기기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한 전용화장실과 세면대를 확보하는 것이 좋고, 가족․동거인과는 최대한 접촉을 피하되 불가피할 경우엔 최소 2미터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한다. 본인이 머무는 곳의 가구나 집기류를 수시로 닦고 개인물품을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택 내 독립된 공간이 없다면 지자체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시설전문가로서 향후 감염병관리시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우리나라는 감염병 발병과 확산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질병관리본부 시스템을 통해 시설전문가들과 의료진이 매년 감염병 시설의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연구하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 또한 적극적으로 훈련과 점검을 통해 대비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대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며, 성숙한 시민의식은 문화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감염병과의 싸움은 시설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봉사와 의료진의 헌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전문가를 충분히 양성해 예비인력을 확보하고, 미래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병 시설의 지속적인 연구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재난안전대책 관계자들, 의료진과 봉사자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힘을 모아주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여러분께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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