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이완구 전 국무총리
상태바
특별 인터뷰 | 이완구 전 국무총리
  • 윤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20.03.14 11:5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요하다면 고향 발전에 머리 맞대겠다”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69세)가 고향 홍성에 터를 잡았다. 20대 초반 행정고시 합격 후 약관의 나이에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이 전 총리는 31세에 홍성경찰서장, LA영사 등 외교관과 미국 교환교수 및 충남지방경찰청장, 40대 중반에 3선 국회의원, 충남도지사, 원내대표, 국무총리 등 45년간 공직을 역임했다. 이달 초 홍북읍 내포신도시 한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한 이 전 총리는 “따뜻한 고향에서 살기 위해 왔다”며 “나를 이만큼 키워주고 지지해주신 군민들의 믿음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이 전 총리가 2006년 충남지사 시절 본인이 구상했던 내포신도시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2006년 충남지사 시절 본인이 구상했던 내포신도시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 이후 40여 일이 지났다. 당초 홍성·예산, 천안갑, 세종 등에서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작스러운 결단의 이유가 궁금하다.

고심 끝에 정치권의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후학 양성과 인재 충원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그런데 불출마 입장문을 샅샅이 살펴봐도 ‘은퇴’라는 말은 안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안 썼다. ‘정치는 내일을 귀신도 모른다’는 JP 어록도 있지만, 내 나이 아직 만으로 60대다. 앞날을 알 수 있나.(웃음)

고향이자 정치 출발점인 홍성에 정착했다. 이사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집 거실에서 용봉산이 바로 보인다. 최영 장군이 지금의 국무총리 격인 영의정을 지낸 후 무예를 닦으며 심신을 수련했던 곳을 바라보며 많은 상념에 잠기곤 한다. 사무관에서 국무총리까지 45년의 세월, 25년의 정치인생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996년 국회의원 선거 공약이 홍성에 충남도청 유치였고, 2006년 도지사가 되어 내 손으로 홍성에 도청을 설계했다. 도지사로 재임하면서 도청이전특별법 제정, 국방대 논산 이전, 백제역사재현단지 민자 유치(부여 롯데 리조트등), 외자 유치 전국 1위 등등 충남의 위상을 높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홍성 남부 외곽도로 건설, 도립병원 현대화도 필사적으로 추진했다. 그런데 10년 만에 돌아본 고향이 기대와는 다르게 정체된 모습에 안타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충남지사 시절 직접 구상한 내포신도시를 돌아보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내포를 명품도시로 만들고자 고군분투했던 10여 년의 시간이 오버랩됐다. 며칠 전 도지사 관사에 처음 가봤다. 지금은 유치원으로 변해있더라. 2009년 도지사 사퇴후 10년 만에 도청과 내포신도시를 바라보면서 ‘내가 도지사 시절 그렸던 도시가 맞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당시 홍성군과 예산군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도청사와 도의회를 정확하게 예산과 홍성의 중간에, 1mm도 틀리지 않게 갖다 놓으라고 했다. 빌딩숲 대신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청 등 도 기관 건물은 낮게, 7층 이하로 지으라고도 했다. 도지사 당시 체결한 300억 규모의 암센터 MOU, 충청권 소재 대학 연합캠퍼스, 안면송을 간벌해 가로수로 만들자고 했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나? 도정 책임자들에게 ‘그동안 뭐했나’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세종시(행복도시) 때문에 지사직 사퇴를 괜히 했나 하는 아쉬움도 들곤 한다.

지역 보수 야권을 대변할 정치 거물이 사라지면서, 충청 정치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JP가 그동안 충청을 대변해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의 이번 불출마를 두고 JP를 이을 충청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많은 분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기대를 내게 갖고 계셨구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점심엔 홍성읍내 한 식당에서 지인과 두부전골을 먹고 왔는데, 식당 주인이 2002년 국회의원 시절에 내가 수여한 표창장을 아직도 걸어놓고 있다며 반색하더라. 별소릴 다 해도 나는 실패하지 않은 정치인이구나, 고향에 잘 왔구나, 따뜻한 힘을 얻었다.

정치일선에선 한발 물러나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보름 전 머리를 식힐 겸 집사람과 함께 수덕사에서 5박 6일간 머물렀다. 46년 전 고시 공부했던 곳도 살펴보고, 당시 동자승이었던 주지스님의 따뜻한 환대도 받았다. 도지사 시절 수덕사 정비사업에 많은 지원을 해줘 고맙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다. 정치일선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내 고향, 내 나라를 더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화두는 언제나 내 가슴 속에 자리할 것이다.

4‧15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 조언할 말이 있다면.

지금 여당은 너무 이념과 가치 지향적인, 현실에서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고 실패를 거듭 중이다. 야당 또한 여당이 잘한 건 잘한다고 인정하며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비난하는 듯한 인식을 줘 국민에게서 믿음직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국정 원로 입장에서 안타깝다. 정치란 조정과 타협을 통해 이념과 노선의 갈등을 극복하는 국민통합이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국가’라는 인식에서 생각하길 당부하고 싶다. 참고로 여당 원내대표 시절 현재 중기처 장관인 박영선 당시 야당 원내대표 방에 가서 여러 차례 짜장면을 먹으며 협상했던 일화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의 길이 열렸다. 충남도청 이전으로 시작된 내포신도시 발전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포 혁신도시 지정을 계기로 도에서도 혁신적인 시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내가 도지사 시절, 필사적인 노력으로 당시 롯데그룹 회장이던 故 신격호 회장을 설득해 투자협정을 맺고 5000억 투자를 받아내 오늘의 부여를 만들었다. 대규모 민자 유치로 호텔, 골프장, 아울렛을 갖춘 백제역사재현단지를 구축해 국내외 여행객을 끌어들이며 관광수익을 내고 있다. 내포신도시도 할 수 있다. 전국의 젊은이들이 내포로 모여들어 바글대고 살아 숨 쉬며 일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도 강력한 유인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포신도시 지역에 수도권 젊은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가 뒷받침되고, 주택 등을 무료에 가까운 실비로 공급해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 같은 창의적인 도시로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감찬 2020-03-17 11:08:47
군수 나오시면 되겠네요. 고향을 위해서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