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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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③
  • 홍성신문
  • 승인 2020.02.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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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어 잡슈”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연말이 준다던 꿔간 돈은 워치기 된겨?
      그 느무 연말이 새로 오게 생겼어!!
저니:  잡어 잡슈. 아 큰 년이 눈째고 코 높이는 수술 헌다매 내 돈 다 쌔벼갔슈.

<잡어 잡슈>는 “날 잡아서 잡수시던가 지지고 볶던가 맘대로 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난 돈 없어서 당신에게 지금 드릴 돈이 없답니다”라는 뜻으로 이른바 악성 불량 채무관계에서 속칭 “배 째라”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정말로 사람을 산 채로 잡아서 먹어도 좋다는 허가가 절대로 아니란 것을, 서로 이미 알고서 하는 말이다. 특이한 것은 ‘잡’이란 말이 두 번 연속해서 등장하면서 말의 감칠맛을 높여 주어, 듣는 이로 하여금 맘이 크게 상하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동의어가 반복되면 어떤 강조의 의미를 띄게 되는 것은 동양권 언어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잡어 잡슈>는 “집도 팔고 논도 팔고 가재도구도 모두 없어져서 돈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없고, 이제는 내 몸뚱아리 하나 남아 있으니 이 몸을 고기 삼아 육식하는 수밖에는 없다”라는 아주 절박하고 슬픈 뜻이담겨 있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하소연이나 현재 수중에는 돈이 없다 라는 익살스런 엄살로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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