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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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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②
  • 홍성신문
  • 승인 2020.02.2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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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이 우리지역의 사투리를 매주 구수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조 사무국장은 연재의 이유에 대해 사라져가는 정겨운 사투리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전문가의 본격적인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전문가, 학자로서의 견해가 아닌 ‘사투리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벼운 글임을 미리 알린다. <편집자주>

 

 

 

“절단 낼껴”

이니:  자네, 한번만 더 밑장 빼다 걸리면 아주 절단 낼껴.

저니:  봤남? 내가 오치기 하담? 탓짜 나셨네. 니나 챙겨.

① <절단내다>는 절단나다의 사동사로 표준어는 <결딴나다>이다.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 ‘살림이 망하여 거덜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충청도에서는 이보다 더한 강한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절단이라는 용어에 어떤 굳은 의지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② 그러나 ‘절단(切斷)’을 일본어 ‘자르다’는 의미의 명사형인 ‘키리(切り)’에서 온 말로 ‘쓰메-기리(손톱깎기)’ ‘기리-하다(화투를 반토막 내는 일)’처럼 완전히 ‘베어 버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상도 사투리 중에는 절단낸다의 의미로 ‘기리삔다(죽여 버린다)’ ‘확 기리삘라’(이 말을 할 때는 정말 손을 들어서 베는 시늉을 한다.) 라고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에도시대에 무사가 무례한 짓을 한 양민을 베어 죽여도 죄가 안되는 사무라이의 특권법 ‘기리-스테고멘’에 기인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일본어가 은근슬쩍 우리말에 뿌리내린 경향으로 봐야할 것이지만 ‘절단났네, 절단일세, 절단 내번져(내버려)’ 라는 말은 실로 무시무시한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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