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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지역의 역설 '생활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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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지역의 역설 '생활하수'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1.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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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으로 흘러드는 하수
논두렁 넘을까 노심초사
행정기관은 '예산 타령'
홍동면 운월리. 주택에서 나온 생활 하수관들이 보인다.  이곳을 통해 나온 생활하수는 논 옆의 배수로를 타고 흐른다.
홍동면 운월리. 주택에서 나온 생활 하수관들이 보인다. 이곳을 통해 나온 생활하수는 논 옆의 배수로를 타고 흐른다.

문찬영 씨의 논 옆, 밝맑도서관을 뒤로 펼쳐진 언덕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홍동의 비버리힐즈 같은 곳이다. 언덕을 따라 주택들이 하나둘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20여 채의 건물이 위치해 있다.

집들이 많아지면서 생활하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주택의 하수관은 묻히지도 않고 그대로 언덕 밑으로 드러나 있다. 이곳을 통해 배출된 하수는 논 옆 도랑으로 그대로흘러든다. 지난 15일 방문 결과 도랑에서는 생활하수 특유 냄새가 심하게 났다. 도랑은 일부 구간만 시멘트 시공이 되어 있을 뿐 대부분 흙으로 되어 있다.

문찬영 씨는 비가 와서 논두렁이 무너지거나 막히면 생활하수가 논으로 흘러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혼자서 정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너진 흙을 퍼내도 오염된 흙을 가져다 버릴 곳이 마땅치 않다.

몇 년째 군청을 두드리며 적어도 도랑을 시멘트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찬영 씨의 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논 바로 옆에는 인근 학교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이 재배하는 논도 있다.

그의 논은 요즘 보기 드물게 삐뚤삐뚤한 옛날 논의 형태를 하고 있다.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김매기도 직접 들어가서 해야 한다. 생물들이 함께 사는 생태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경지정리를 하지 않았다.

모두 친환경 벼농사를 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노력이 허무하게도 생활하수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하지만 1톤 미만의 가정용배수시설에 대한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어 하수배출을 막을 순 없다. 

홍동면에서는 다음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서 최대한 빨리정비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찬영 씨는 “친환경은 단지 농약을 쓰지 않는 것 만이 친환경이 아니다”라며 “결국 이 물이 흘러 홍동천으로 가게 된다. 홍동천의 물은 결국 다시 농사에 이용된다. 홍동천을 살리는데는 군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주민들도 친환경 세제를 쓰는 등 노력이 있어야 친환경 유기농특구에 걸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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