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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 앞에 교통약자만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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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 앞에 교통약자만 '발동동'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01.1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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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번 다니던 버스 아침ㆍ저녁 1대로
마중버스도 별따기…“불편해 못살겠다”
구항면 내현리 버스정류소
구항면 내현리 버스정류소

“차가 안다니니 불편해서 못살겠네유. 땅 팔아서 서울에라도 이사가야지.”

지난 1일부터 바뀐 버스 운행 정책에 구항면 내현 마을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홍성군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현행 노선 유지 시 40명이 추가로 필요해짐에 따라 버스노선 효율화에 나섰다.
전체운행 노선을 232개에서 168개로, 운행횟수를 639회에서 550회로 축소하는 지난 1일부터 바뀐 버스 운행 정책을 시행중이다. 내현 마을은 지난해까지 하루 6대의 버스가 지나갔다. 오전에는 7시, 9시, 12시. 오후에는 3시, 5시, 6시에 운행했다. 이제는 아침 7시와 저녁 6시,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농촌 버스는 단 두 대뿐이다.

내현마을의 노인들은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자동차는 커녕 핸드폰이 없는 노인도 있다. 마을의 노인들 중에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병원 진료를 다녀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읍에 내리면 병원 문을 열 때까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렇게 축소된 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마중버스다. 하지만 마을 노인들은 마중버스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마중버스는 전화로 콜을 받으면 마을에서 주민을 태우고 면까지 운송해주는 방식이다. 읍으로 나가려면 면에서 간선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갈아타는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해도 마중버스는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중버스를 부르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박재순 할머니는 “바우처라고 주면 뭐하냐 마음대로 쓰질 못하는데. 마중버스라고 만들어 놨지만 공무원처럼 오전 9시 이후에나 전화가 가능하고 5시까지만 운영한다. 주말에는 아예 다니지도 않는다. 버스가 적자가 나서 운영이 안된다고 하면 버스 공짜로 안타도 좋으니 3000~4000원 씩 운임 을 받고라도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버스 운행횟수 감축으로 인한 불편함은 단지 내현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주 군수의 신년 마을 순회 방문 당시 구항면 회산 마을 사람들도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김석환 군수는 주민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정태희 내현마을 이장도 “군에서 어떤 방안을 내놓는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군에서는 아직 개편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 건설교통과 서종일 교통행정팀장은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잘못됐으니 바꾸자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당장 불편하다고 조정할 여건이 안 된다. 앞서 마중버스를 도입한 갈산면도 우려가 많았지만 3년이 지나는 동안 정착이 잘됐다. 새로 시작한 만큼 불편하겠지만주민들이 적응할 수 있는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마중버스를 콜 방식으로 운영하지 말고 노선 형태로 운영하길 원하고 있다. 서 팀장은 “지금 제도로 몇 개월 시행해 보고 그래도 정말 불편하다면 마중버스 노선화을 포함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는 방향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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