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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농구로 장애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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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농구로 장애 잊고 산다”
  • 윤종혁
  • 승인 2019.12.16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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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장애인체육회 특별상 받은 이시형 씨

홍성읍 남장리 이시형(42) 씨는 누구보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화요일 저녁 홍성군장애인체육관에서 휠체어농구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하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잃어서 넘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고 여기저기 부딪힐 때가 많지만 휠체어농구를 하는 순간만큼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시형 씨는 지난 5일 홍성군장애인체육회 송년의 밤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병으로 장애인이 된 후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았지만, 홍성군장애인체육회의 찾아가는 생활체육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체육회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휠체어농구팀의 선수로 활발하게 체육활동에 참여해 장애인체육의 의의를 되새겨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형 씨는 어려서부터 건강을 타고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건강했다. 체격도 또래 친구들보다 월등히 커서 운동도 친구들보다 잘 했다. 거칠 것 없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열일곱 시형 씨에게 갑자기 아픔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골육종이라 말했다.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너무 건강한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더 안 좋아져 결국 왼쪽 무릎 위를 잘라냈다. 혈기왕성하던 시형 씨는 성인이 되기도 전인 열여덟에 세상과 담을 쌓았다. 친구와 친척 모든 인간관계가 끝이 났다. 병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외롭게 웅크려 있었다. TV와 컴퓨터가 유일한 친구였다.

올해 초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체육회 신주용 지도자를 만나게 됐다. 신주용 지도자는 시형 씨의 체격 조건을 보고 휠체어농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휠체어농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고민 끝에 지난 6월부터 휠체어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병원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 시형 씨의 유일한 외출이 시작됐다.

휠체어농구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함께 한다, 휠체어에앉는 순간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누구나 같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시형 씨는 휠체어농구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실력을 조금씩 쌓아나갔다. 충남장애인체전에 홍성군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휠체어농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편견없이 잘 대해줘서 너무 즐겁게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약까지 먹었던 제가 사람들을 만나 웃음을 되찾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는데 지금은 화요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휠체어농구를 통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삽니다. 올해 제 인생에서 최고로 잘 한 것은 휠체어농구를 시작한 것 입니다.”

이시형 씨가 지난 5일 홍성군장애인체육회 송년의밤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제공=홍성군.
이시형 씨가 지난 5일 홍성군장애인체육회 송년의밤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제공=홍성군.

 


시형 씨의 꿈은 휠체어농구 전문 선수로 뛰는 것이다. 실력을 충분히 쌓아서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휠체어농구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 한다. “세상과 단절한 채 집에만 있는 장애인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여전히 장애인체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삶의 재미와 기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시형 씨는 휠체어농구를 같이 하는 동료들이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지면으로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시형 씨는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고 함께 연습을 하며 손 내밀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끔 힘을 보태 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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