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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행복한 쌀나누기 행사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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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행복한 쌀나누기 행사날 ~~~
  • 홍성신문
  • 승인 2019.12.1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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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미 <홍성읍 오관리>

29년째래요 엄마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나누기를 해온지가.

엇그제 11월 21일 찬기운이 감도는 목요일 오전에 읍장님과 직원분들, 동네 아주머니들 그리고 쌀을 가져가실 분들이 엄마집 마당에 놓여 있는 하얀색 쌀푸대자루 더미에 모이셨어요. 얼굴에는 모두 웃음이 이어지고 있어요. 차가운 주위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네요. ^^

해마다 쌀나누기를 하시는 엄마는 결혼 초기 살림이 녹록치 않으셨다해요. 아빠가 타오시는 월급은 대부분을 저금하고 나머지로 생활을요.

어느날 월급날이 가까와지자 돈이 없어 보리쌀 닷되를 인근 쌀집에가서 외상으로 달라고하니 주인이 엄마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는 단번에 거절을 하셨데요. 엄마는 그때 아빠의 낡은 경찰복 바지를 줄여서 입고 계셨지요. 너무나 속상하고 서러워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오셨다고합니다.

그후로 가난을 이기고자 더욱 열심히 저축을 하시고 알뜰히 살림을 해나가셨어요.

기회가 되어 논을 사서 두분이 농사를 지으셨고, 추수를 하여 방앗간 정미기에서 퐁퐁퐁 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또 주르르 흘러나왔데요. 이번에는 좋아서 나오는 기쁨의 눈물이요.

부모님은 농사 결실의 감사와 기쁨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그당시 쌀 한 말씩을 이웃 몇분께 나누어 드렸어요. 며칠 후 쌀 드린 분을 만났는데 “밥 끓을 때 냄새가 구수하니 너무 좋다구요, 맛있게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해주시는데 너무 행복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해서 엄마의 어려운 이웃에게의 쌀나누기가 시작되었지요.

그당시 부녀회를 맡게 되고 김장을 담아 어려운분들께 전달하면서 집도 직접 방문하게 되구요. 그러면서 정말로 힘들게 살고 계신 독거노인분들을 보게되었지요, 엄마는 이런분들께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십니다. 그러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엄마 혼자만 하면 받는 분이 몇 안되니,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 더 많은 분들에게 쌀을 전할 수 있을거 같아, 아는 지인들부터해서 모금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모금을 하려면 아무래도 발품으로 여기저기 가야하고, 참여해달라는 말을 꺼내야 함이 쉽지 않다는 말씀을요. 돌이켜볼 때 그동안 때로는 냉랭한 시선도 있었고 민폐가 될까 조심스러워 주저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셨다는 말씀두요.

그러나 이제는 엄마가 말을 안해도 오히려 올해는 이웃돕기 언제하냐며 먼저 성금을 선뜻 내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세요. 엄마를 지지하는 올드 팬들이 생긴거지요.

모금할때는 우선 참여하는 분들의 이름과 액수를 수첩에 정확히 기입하십니다. 조금이라도 오차가 나면 큰일이지요. 그리고 쌀을 나눠 줄 대상자를 정해요. 마을의 각 부녀회장님들 이장님들 지인을 통해서요. 그리고 방앗간과 날짜를 정하여 마당에 갖다 달라고 부탁드려요. 그러면 그날 오셔서직접 가져 가시기도 하고 아는분들이 대신전달해드리기도 하구요. 5년전만해도 친정아빠가 계셔 두분이 차를 갖고 갖다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수 없어 못가져가시는 분들의 쌀은 읍사무소직원들이도와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인결산을 하여 프린트해서 도와주신 분들께보여드리지요.

그런데 엄마는 2, 3년전부터 몸이 급격히 안좋아지셨어요. 지금은 밀차가 없으면 밖에 외출하기가 불편하세요. 보행이 자유롭지 않아요. 재작년엔 급성 중이염으로 큰 수술도 하셨고 지금은 인공와우를 착용하시지요. 주위에서는 건강이 안좋고 몸이 불편하니 쌀나누기를 이제는 하지 말라는 분들이계세요. 이럴때 엄마는 말씀하세요. 내가 잘 걷지도, 자유롭게 들을 수도 없는데 이렇게 남 돕는 일도 못한다면 난 폐인이 될거같다는 말씀을요. 사실 엄마는 갑작스럽게 나빠진 건강으로 우울함을 느낀 적이 있으세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바로 나눔이다,

사랑의 나눔이라는 말씀과, 해마다 엄마를 믿고 함께하는 모든 분들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구요. 그런데 엄마에게 무엇보다도 힘이 되는건 우리 가족이라는 말씀을 거듭하시네요. 아들, 며느리, 딸들, 사위, 손녀, 손자들 한명도 빠짐없이 동참해주는 우리 식구가 있어 엄마는 언제나 든든하다구요.

올해 81세, 힘은 들어도 당신이 죽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 돕는 일을 계속하시겠다는 우리엄마, 참 대단하세요. 정말 짱 멋지시지요?  엄마, 올해도 아픈 몸이지만 성공적으로 쌀나누기 행사 잘하셨어요. 힘내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매일 걷기 운동도 꾸준히 하시고 와우수술후 재활훈련도 열심히요. 그래야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께 이렇게 좋은 행복을 전달하지요.

우리가 옆에서 늘 응원할께요. 존경합니다. 엄마! 언제나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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