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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리더의 절절한 사부곡(思父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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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리더의 절절한 사부곡(思父曲)
  • 윤진아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19.11.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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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이 상 권 (주)비츠로테크 대표이사

용봉초 21회·홍주중 8회·홍성고 38회

전력부품 제조기업 (주)비츠로테크를 운영하는 이상권(55·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임직원 수 896명의 비츠로테크는 경기도 안산에 본사·공장·연구소가 있고 서울과 부산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차단기, 개폐기류 등의 전력부품을 제조하며 지난해 2204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상권 대표는 故이호철, 한우옥(88세) 씨의 4남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나 용봉초(21회), 홍주중(8회), 홍성고(38회), 숭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비츠로테크에 입사해 2005년 상무이사로 승진했고, 2017년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중·고등학교 때 홍북에서 홍성읍내까지 매일 자전거 타고 등하교했어요. 책가방을 짐칸에 묶고 덜컹거리는 신작로를 달리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한데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준 자전거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 같아요”

자전거는 체력뿐만 아니라 담력도 키워줬다. 야간자습이 끝나고 깜깜한 산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서운 마음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고3 시절, 전에 없던 학구열이 빚은 참사(!)도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난다.

“맘 잡고 공부해보겠다고 서산에서 유학 온 친구와 함께 이발기로 삭발을 했어요. 결연한 마음으로 일요일이지만 학교에 자습하러 갔는데, 담임선생님 눈에 띄자마자 뒤통수를 얻어맞았죠.(웃음)”

3학년 8반 담임이었던 이용우 선생님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대입 학력고사를 천안에서 치렀어요. 시험 전날 버스 타고 고사장 인근 숙소에 가서 한 방에 10명씩 잤는데, 인솔교사였던 선생님께서 잠자리에 누워 진로와 삶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 삶에 큰 밑거름이 됐죠. 한동안 은사님을 잊고 지내다 몇 년 전 우연히 덕산온천에서 뵈었어요. 제 이름을 기억하고 온탕 너머에서 다정하게 불러주시던 선생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네요”


구렁재 호령하던 아버지, 그립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이상권 대표는 친구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시인이다.

“출퇴근길 기차나 버스 안에서 노트에 끄적인 글이 100여 편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다 잃어버렸어요. 요즘도 그때그때 떠오를 때마다 낙서하듯 글을 쓰며 삶을 돌아봅니다”
병석에 든 아버지를 보며 쓴 <구렁재의 밤>에는 가슴 깊이 눌러둔 그리움이 절절히 녹아 있다.

“강골 체질이셨던 아버지가 연세 90이 넘어가며 급격히 약해지셨어요.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시골집에서 전에 살던 구렁재를 바라보며 즉흥적으로 쓴 시예요. 장례식 때 이 시를 읽어드리고 아버지 가슴 위에 덮어드렸죠. 아버지는 평생 농사일밖에 모르셨던 평범한 농부셨어요.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자식들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으셨죠. 그 희생 덕분에 자식 모두 반듯하게 성장해 사회 곳곳에서 각자의 몫을 해내며 살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성실한 농부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상권 대표도 산업현장에서 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일구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2년째인 ‘새내기 경영자’로서, 이상권 대표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규사업을 개척하며 바지런히 전략을 짜고 있다.

“30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많은 일이 있었어요. 대리 시절이던 IMF 때, 미국 거래선을 발굴해 위기를 돌파하고 지금껏 20년 넘게 연간 3천만 불 이상의 수출을 잇고 있다는 것도 보람이죠. 비츠로테크는 우리 생활과 산업현장 곳곳에 전기에너지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전력시장에 선진기술을 보급해온 6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 ‘전력기기 1위 기업’ 목표를 꼭 달성하겠습니다”



구렁재의 밤

                                               - 이상권

오랜만에 옛날 어릴 적 살던 구렁재 집터에 갔다.

집터는 온데간데없고 마늘밭으로 변해있다.

사랑채에서 아침마다 상권아 하고 부르던 젊은 아버지는
이제 누워서 신음소리와 함께 어머니를 부르신다.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내 가슴을 찌른다.

찌렁찌렁하던 아버지는 이제 애기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를 찾으며 신음하는 아버지를 뒤에서 꼭 안았다.

탄탄하던 어깨는 어느새 시들어 버린 무 잎사귀처럼 힘이 없이 축 늘어져 있다.

다시 한번 등 뒤에서 꽉 안았다.

순간 주르륵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봄이 무르익는 개구리 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저 멀리 구렁재 언덕에 안개가 내려앉는다.

내일은 날씨가 맑으려나
아버지 가슴에도 봄이 왔으련만 신음소리만 더욱더 커진다.

오늘 밤도 나는 아버지 신음소리를 들으며 같이 신음하며 지새울 것 같다.

이렇게 구렁재의 밤은 저물어 간다.

아그립다~~

그 옛날 젊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밤 다시 한번 잠을 청해본다.

구렁재 아버지의 신음소리를 더 오래오래 듣고 싶다.

지금의 아버지가 더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구렁재 언덕이 희미하게 안개 사이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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