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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저감으로 시작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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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저감으로 시작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로
  • 홍성신문
  • 승인 2019.11.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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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든 쓰레기의 행방을 아시나요?- ⑦홍성의 미래 환경을 위한 제언

자원순환교육을 해보니…

2017년 홍동면 분리배출교육
2017년 홍동면 분리배출교육

 

“안타는 쓰레기용 종량제봉투가 있다고요?”
“분리배출 하는 거 난생 처음 배워보네.”
“우리 지역 쓰레기 우리 지역에서 처리되는 거 아니였어요?”

2017년 홍성군여성농업인센터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 홍동면 33개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분리배출교육을 진행했을 때 나온 이야기들이다. 움직이기만 하면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비해 쓰레기 처리에 대해 주민들은아는 게 별로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들이 얼마나많은 양인지,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것이 우리에게다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나면 마음가짐뿐 아니라 소비행태가 달라진다. 물론 한두 번의 교육으로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 번 태울 쓰레기를 ‘눈치 보며’ 한 번만 태운다든가, 아무 때나 내다놓던 쓰레기를 쓰레기수거차량 오는 날에 맞춰서 온다든가 할 수 있다. 마을행사 때 수저만이라도 일회용을 쓰지 않는다든가, 마을 쓰레기 처리를 위해 애쓰시는 이장님과 부녀회장님의 노고를 알게 된다든가하는 것도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홍동면에서는분리배출 교육 후 주민들의 요구로 지역마트에는 안타는 쓰레기용 종량제봉투(노란색)가 비치되었고 대형폐기물 스티커판매량, 종량제봉투 판매량이 늘었다. 불법소각 건수가 줄고 홍동면 맞춤형복지팀에 쓰레기 처리 문의전화가 많아진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영농폐기물
오랫동안 방치된 영농폐기물

 

쓰레기 저감이 우선, 다음이 재활용 소각이나 매립은 마지막

하지만 분리배출만 잘한다고 해서 쓰레기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분리배출은 이미 발생된 쓰레기를 처리(재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며, 재활용이 쓰레기문제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쓰레기정책 수립의 우선순위는 쓰레기 발생 억제, 쓰레기 저감, 분리배출을 통한 재사용 및 재활용, 소각이나 매립, 에너지화 순이어야 한다.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되 발생된 쓰레기는 다시 쓸 수 있는 과정을 거치고, 어쩔 수 없는 것만 소각과 매립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립이 금지되는 추세이고 매립장은 포화상태이기도 해서 매립보다는 소각이 수월한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집 가까이 소각장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배출되어 소각장으로 가는 ‘진짜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의 진짜 가격은?

올 4월부터는 마트에서는 무상으로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 정부의 쓰레기 저감 대책의 일환이다. 시행 초기 소비자들의 불편이나 불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를 합리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장바구니를 챙겨오거나 마트에 비치된 상자에 물건을 담는다. 소비자들이 원하면 일반 비닐봉투를 대신해 종량제봉투에 담아주기도 하는데 이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도 줄이고 종량제봉투 사용은 늘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장바구니 대용으로 구입하게 되는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400원이다. 비닐봉투 한 장에 400원이라고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담아 내놓으면 수거하는 인력과 차량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선별하는 비용, 소각장과 매립장에서의 처리비용까지 생각하면 종량제봉투 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보이는 비용만 계산했으니 이 정도이지, 쓰레기로 인해 물이나 토양, 대기가 오염되는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쓰레기봉투 값은 더 높아져야 한다. 1995년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 목적은 과세가 아니라 쓰레기 저감이다. 처리비용을 생각하면 쓰레기를 많이 배출할수록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환경,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에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밤중에 몰래 태워지는 쓰레기
밤중에 몰래 태워지는 쓰레기

 

불법소각을 쉽게 신고할 수 없는 이유

쓰레기종량제와 분리배출이 쓰레기 처리에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틀이지만, 이 제도가 전혀 힘을 못 쓰는 부분이 바로 농촌마을에서의 불법소각이다. 행정에서는 쓰레기 불법 투기나 소각을 감시하는 인원을 배치하고 CCTV까지 설치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어디서든 쉽게 불법 소각의 현장을 볼 수 있다. 온갖 쓰레기가 함께 태워지면서 내뿜는 검은 연기와 악취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분명 불법이지만 섣불리 신고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고령이고 차 없는 어르신들은 분리배출은 둘째 치더라도 쓰레기를 들고 나를 방법이 없다. 게다가 면단위 대부분의 마을은 워낙에 커서 한두 군데 있는 쓰레기집하장이 멀고 쓰레기 수거차량도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온다. 요즘 같은 때는 고춧대나 깻대 태우는 연기가 여기저기서 피어나는데, 고춧대나 깻대만이 아니라 멀칭비닐이나 노끈 등 플라스틱 영농도구들이 같이 태워지는 게 문제다. 영농부산물은 워낙에 양이 많기도하거니와 영농도구들과 분리하기 쉽지 않아서 태울 수밖에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영농폐기물은 일반 쓰레기 수거체계와 달라서 1년에 두 번 있는 ‘숨은 자원 모으기 날’에 맞춰배출하거나 의지 있는 분들이 쓰레기를 차에 싣고 사업소까지 직접 찾아가 배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감시보다는 피부에 와닿는 지원체계를

이렇듯 쓰레기 처리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쓰레기 태운다고 주민들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잘 치우는 게 목적이라면 주민들의 그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장곡면 몇몇 마을에서는 비교적 젊은 분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쓰레기를 실어나르거나 분리배출을 돕는다고 한다. 민간에서의 이런 자발적인 노력이 의미 있고 확대되려면, 행정에서도 관리감독 이전에 주민들이 쓰레기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원하는 마을에 영농폐기물 집하장 설치비용 전액을 지원해주는 좋은 정책도 있지만, 실제로는 신청이 많이 없다고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집하장이 있어서 주변이 더 지저분해질까 우려된다는 의견과 집하장 관리가 부담되어 별도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의견이 반영되어 제도가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근 청양군은 영농부산물을 무상 수거한다고 한다. 치울 수 있게 도와주면서 소각도 막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영농부산물을 수거해 퇴비화해서 농가에 돌려주는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최근 쓰레기소각이 농촌지역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면 미세먼지 이외에도 유해한 오염물질이 나온다.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주민 건강을 지키는 관점에서의 지원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유기농특구’라는 명성에 걸맞으려면 논밭에서 온갖 쓰레기를 태우면서 농사를 지어서 안 된다. 깨끗한 물과 토양, 공기는 안전한 농산물의 기본이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지속가능한 공동체,
순환의 경제와도 맞닿아있는 쓰레기문제

홍성군도 곧 쓰레기대란이 올 거라는 이야기가 최근 수년 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역 내 쓰레기 처리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게 원인이라, 쓰레기를 어디로 보내야 하나 행정에서도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쓰레기를 처리의대상으로만 봐서는 답이 없다. 쓰레기의 발생부터 재활용,폐기 전 과정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앞으로는 ‘쓰레기를 얼마나 어떻게 줄일까’, ‘‘잘 버리는 대책’ 말고 ‘안 만들고 줄이는 대책’ 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지역의 쓰레기는 우리 지역에서 처리하는 게 책임 있는 태도 아닐까’ (‘그래야 다른 지역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대규모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걸반대할 명분도 있지 않을까?’) 등으로 고민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지속가능한 폐기물 처리와 감량 정책, 자원순환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하다. 이제 모든 공공기관에서 생수병과 일회용컵, 우산비닐을 사용할 수 없다. 통영시는 한산대첩축제를 쓰레기 없는 행사로 치렀으며, 무주군은 직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포장재 없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가게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고 주민들 스스로 만드는 자원순환마을도 조성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재활용품장터가 열리고 있고 지난 어린이날행사에서는 식기보증금제를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처럼 쓰레기문제에 대한 대책도 충분히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쓰레기를 줄이는 게 목적이지만, 넓게 보면 지속가능한 공동체, 순환의 경제와도 맞닿아있다. 쓰레기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분명한 인식이 있고 행정에서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분명 바뀔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변화는 환경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지역주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 민주적인 지역공동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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