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 홍성 축산 이주노동자 없이 존재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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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 특집] 홍성 축산 이주노동자 없이 존재 불가능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9.12.0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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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리, 이주노동자 지역경제를 바꾼다
일용직 근로자가 일터로 떠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가 일터로 떠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새벽 6시, 홍성읍에 소재한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일용직근로자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차량 여러 대가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 둘 태우고 어디론가 떠난다. 물론 이날 인력사무소에 나온 사람 모두가 일하러 갈수 있는 건 아니다.

차량을 기다리던 한 남성은 덤덤하게 “사람이 남아 돈다” 고 말했다. 이곳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중 몇 명은 그대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구직난은 이들에겐 일상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 노동자를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불평을 흘려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홍성에서도 이방인들이 시내를 걷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홍성군에 등록된 외국인 근로자 수는 1372명.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홍성에 몇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E-9이나 F-4비자를 통해 입국한 합법적인 노동자 만큼이나 비합법적인 미등록노동자 수도 많기 때문이다.

E-9 비자는 고용허가를 받고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에 발급된다. 체류 중 직장을 옮기지 않을 경우 최대 4년10개월간 일할 수 있다. F-4 비자는 재외동포로 인정된 자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이들은 제한없이 마음대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한국사람 꺼리는 일 도맡아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4년10개월 동안 일하면 일시 출국했다가 재연장을 받아야 한다. 홍성이주민지원센터(이하 이주민센터) 김민선 팀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 거주하는 불체자 대부분이 기한을 넘겼거나 관광비자를 통해 들어왔다 눌러 앉은 경우다.

이주민센터 김 팀장은 이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국출신 미등록 노동자만 대략 700명 이상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으로 많은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500명. 물론 이건 추정치일 뿐이다. 단속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은 같은 나라 출신자끼리 한데 모여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살아간다. 혜전대 인근 원룸촌에 이들이 모여 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홍성의 인력사무소 A사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5년 전쯤부터 일이라고 한다. A사장은 이들이 홍성에 모여든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집값이 싸면서도 주위에 일할 곳이 많아서가 아닐까 짐작했다.

A사장은 이들이 인력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밭일은 주로 시골 할머니들이 하는 일이었지만 값싸고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려났다고 한다. A 사장에 따르면 인력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한국노동자의 70%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인 목수가 20만원을 받을 일을 조선족 목수는 15만원을 받는다. 더구나 일거리가 없는 겨울이나 장마철 등에는 30%수준까지 몸값을 깍기도 한다. 인건비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홍성의 대표 산업인 축산업 쪽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A사장은 “홍성의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축사 분뇨 치우기 등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한다. 이런 곳은 한국 노동자들은 웃돈을 준다고 해도 가려는 사람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필요악같은 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근로환경은 어떨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체불 같은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을까?

요즘은 이전처럼 몇 개월 치 임금을 통째로 체불하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이전과 달리 외국인 커뮤니티도 잘 발달되어 있고 정보교환도 활발해서 외국인들도 앉아서 당하지는 않는다. 보통 마지막 한 달의 월급을 떼먹는 수준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임금이 한달만 밀리면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로 떠난다. 한 달 치 정도는 추방의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주민센터 김 팀장은 “홍성의 축산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 힘든 노동현장을 이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의료혜택 지원 절실

김 팀장은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을 알고 나서는 돼지고기가 목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산재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의료혜택도 못받고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먼저냐 공급이 먼저냐 논란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필요에 따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아플 때 제때 치료받는 것 정도는 필요한 일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때문에 이주민센터에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의료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의료혜택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와 별개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료보험 조합을 통해 의료혜택을 받을 길도 열려있다.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5천원의 회비를 내고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력업체와 이주민센터는 외국인노동자를 보는 시각은 달랐으나 이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홍성역 인근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김동화 씨는 “어차피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단속해서 내보내 봐야 그 자리를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할 뿐이다. 다년간 숙련된 외국인을 내보내고 새로운 외국인을 받아봐야 숙련도만 떨어진다. 어차피 써야 한다면 안정적으로 장기간 머물게 해서 숙련된 노동자를 쓰는 게 업체에게나 노동자에게나 서로 이득이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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