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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이가 환경 파괴자?… 홍성 환경농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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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이가 환경 파괴자?… 홍성 환경농업 긴장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19.10.2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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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 “피해사례 없다”, 홍동 오리농업 부활 다짐

 

친환경 쌀 재배의 일꾼 왕우렁이가 환경 파괴자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 환경농업의 메카 홍성의 친환경농업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왕우렁이를 포함해 미국선녀벌레등 6종을 ‘생태 교란 생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입법 예고했다. 왕우렁이가 “왕성한 번식력을 지니고 토착종과 경쟁을 벌여 하천변 등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1970년대 부터 시작된 홍성의 유기농업은 1994년 홍동에서 오리를 이용한 제초 효과로 전국에 확산됐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닭과 오리를 통해 전파된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부분 왕우렁이로 대체됐다.

토종 우렁이보다 훨씬 큰 왕우렁이는 1983년 식용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일본에서 도입됐다.

이후 왕성한 식욕으로 논의 잡초 제거 능력이 알려지자 1990년대 중반부터 비닐하우스 등에서 대량 양식돼 친환경농법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죽는 것으로 알려졌던 왕우렁이가 기후 변화와 한국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살아남는경우가 생겼다. 식용이 왕성한 왕우렁이가 덜 자란 어린 풀 등을 갉아먹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제2의 황소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고시에 환경농업계의 반발이 크다. 국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 대부분이 농약을 대신할 제초 수단으로 왕우렁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왕우렁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시를 강행한다면 친환경 농업을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정산 홍동농협 조합장은 “국내에서 왕우렁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위험한 것은 오히려 농약이다”며 정부의 지정고시를 강력히 반대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은 천적이 없어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했지만, 왕우렁이는 조류나 야생동물 같은 육식성 포유동물이 모두 천적이라 이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 하는 것은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결과에 따른 것으로 농민단체와 협의하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래 전부터 우려했던 왕우렁이 문제가 공식화되자 홍성 오리농업을 다시 살려야한다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AI바이러스가 발생하면 근거도 없이 철새와 오리에게 전염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28일 유엔환경계획(UNEP)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대부분 가금류 농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의 야생조류에게서도 H5N8형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공장식 축사에서 발생하지 야생 오리 등 조류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 넘게 수만 마리의 오리를 이용해 벼농사를 지은 홍동지역에서는 AI바이러스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홍동지역에서는 2008년을 전후로 5만 마리까지 늘어났던 오리가 현재 5000마리 정도만 벼농사에 이용되고 있다. 주정산 홍동농협조합장은 내년부터 오리 농법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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