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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 위로하는 드라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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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 위로하는 드라마 쓸게요!”
  • 윤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9.10.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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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드라마작가 한영미
‘해피 시스터즈’ 제작진·연기자들과 함께. (사진제공 SBS)
‘해피 시스터즈’ 제작진·연기자들과 함께. (사진제공 SBS)

 

SBS TV ‘해피 시스터즈’ 집필

영화·드라마·소설·스토리텔링 작가이자 작사가,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한영미(사진·51) 출향인을 만났다. 지난해12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TV ‘해피시스터즈’는 최고시청률 12.4%로 동시간대1위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아침드라마에 시트콤 요소를 가미한 이 작품은 주인공은 물론 조연급캐릭터까지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을받았다.

“사실 이 작품은 5년 전에 준비해둔 작품이었어요. 10편 이상의 영화 개봉작과 소설 집필 경력이 있었지만 드라마는 처음이었죠. 방송국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무명작가였지만, 시간을 견디면서 꾸준히 작품을 써온 게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영미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의 삶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 펼쳐지지만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각자의 몫이잖아요. ‘해피시스터즈’의 등장인물들도 다양한 역경 앞에 좌절도 하지만, 결국 선한 의지와 지혜로 이겨내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 역시 고단한 삶의 언저리에서 몇 번이고 글 쓰는 일을 접어야 하나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홍북읍 상하리 고향, 매일 5시간 집필

‘철칙’ 한영미 작가의 고향은 홍북읍 상하리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백일장에 나가면 으레 상을 탔다. 관찰하고, 상상하고, 글 쓰는 일이 즐거웠던 문학소녀는 지금도 매일 책상에 5시간 이상 앉아 글을 쓴다. 주로 자정에서 새벽 5시까지가 집필시간이다.

“제가 만든 이야기와 세계관이 연기자들을 통해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게 매력적이죠. 극중 등장인물의 운명은 작가가 손안에 쥐고 있거든요.(웃음) 다음 회에 어떻게 될지 시청자만 궁금한 게 아니라 스태프들, 배우들도 몰라요. 전 거기서 리얼한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생도 내일을 모르잖아요. 배우가 모든 이야기를 알고 연기한다면 절박한 연기를 할 수 없을 거예요.”

절대로 ‘쪽대본’을 쓰지 말자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악착같이 지켜왔다.

“미리 대본을 줘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해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니까요. 늘 대본을 2~3주 전에 넘겼고, 마지막회 촬영 땐 여유가 있어 엑스트라 출연까지 했죠.(웃음)”

시청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연기자와 제작진 모두 열정을 쏟아 작품을 완성했다.

“모든 배우들이 고생했지만, 특히 외도하고 조강지처를 버려 온갖 풍파를 겪는 남편 역할의 이진섭 배우에게 많이 미안해요. ‘나 요즘 평생 맞을 매 다 맞고 있어!’라는 대사도 있었는데, 정말 엄청 많이 맞고 시청자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거든요. 드라마 장면 중에 ‘전처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먹고 싶다’고 말했다가 재혼한 아내에게 ‘된장 싸대기’를 맞는 장면이 있어요. 된장 범벅이 된 이진섭 배우는 된장독까지 올라 고생했지만, 시청자들이 꼽은 최고의 화제 장면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제56주년 영화의 날’ 작가 부문 공로상

한영미 작가는 스물셋 나이에 영화 ‘인생이 뭐 객관식 시험인가요?’(신은경·공형진주연,1991)로 시나리오 작가에 데뷔했다.

“대학 졸업하고 연출파트에서 스크립터를 했는데, 감독님 대본 수정을 돕는 걸 지켜보신 조감독님이 저를 각색작가로 추천해주셨어요. 당시 영화계엔 여성작가가 드물었던 데다 워낙 어린 나이여서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았고 고생도 많이 했죠.”

이후 영화 ‘겨울 미리내’(신윤정·박세준 주연,1991), ‘비는 사랑을 타고’(신은경·김호진 주연,1993), ‘무거운 새’(손창민·송채환 주연,1994), ‘키스도 못하는 남자’(최수종·김혜선 주연,1994), ‘피아노가 있는 겨울’(오연수·강석우 주연,1996), ‘파트너’(최재성·김보성 주연,1997) 등의 각본을 썼다.

지난해 ‘제56주년 영화의 날’ 기념식에서 한영미 작가는 작가 부문 공로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신문기자협회·언론인연합협의회 주관 ‘한국을 빛낸 사람들’ 한류부문 최우수 영화 시나리오 작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 초청 보람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회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보람도 크다.

“고향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다니 설레고 사명감도 컸어요. 평소 가까이 지내던 배우들을 개막식에 데려가 홍성 한우와 남당리 해산물을 맛보는 일정을 꾸린 것도 홍성과 영화제를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였죠. 홍성군이 문화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문화의 메카 홍성’으로 우뚝 서길 바랍니다.”

드라마 집필 틈틈이 소설도 쓰고 작사도 한다. ‘해피시스터즈’ OST 타이틀곡도 한영미 작가가 작사한 곡이다. 노랫말연구회 노랫말 공모전 대상(1988), 삼성전자 마이마이포카 노랫말 공모전 대상(1991)을 수상한 한영미 작가는 ‘시작은 친구였는데’(신승훈), ‘우요일의 남자’(윤수일) 등 다수의 노랫말을 써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 창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가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이야기가  고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위안과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성 출신 작가’라는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늘 노력하며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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