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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고 수석졸업한 류순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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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고 수석졸업한 류순흥씨
  • 김복실
  • 승인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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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교육에 보탬이 될까 해서
"공부하고 싶은 맘만 있으면 지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때에요. 방통고 교재가 얼마나 좋다구요. 텔레비전 교육방송도 아주 잘되어 있잖아요."

지난 20일 있은 홍성고부설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서 6개 과목 우수상을 휩쓸고 전체수석으로 교육감상을 받은 류순흥(홍성읍 내법리 법수)씨. 그는 여러 이유로 배움을 접어야 했던 이들에게 의지만 있음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사실 그에게 전체수석보다 더 값진 상은 3년 개근상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공부하고 한 달에 두번씩 일요일에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므로 보통 인내력을 갖지 않으면 중도포기하기 쉽상인 방통고를 그는 결석 한 번 없이 이수했고 그러한 노력으로 3년간 1등을 놓친 적이 없어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그는 올해 50세가 되는 주부다. 시부모를 모시는 맡며느리이고 2남1녀의 어머니다. 농토가 많고 축산도 하는 대농가여서 남편과 일을 같이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성농업인이기도 하다. 남편 조성화씨는 이장으로, 류씨는 부녀회장으로 동네일에도 발벗고 나서는 등 1인 4역을 해야 한다. 여기에 학생이라는 또 하나의 일을 선택한 데는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배움을 접어야 했던 한과 "책보는게 그냥 좋은" 학구적 열정을 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류씨는 내친김에 올해 대학까지 진학했다. 혜전대학 유아교육과에 당당히 합격한 것.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데는 남다른 뜻이 있다. 장남이 청소년기에 방황을 했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떤 점을 잘못 교육시켰는지 아는 것, 올바른 자녀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그가 대학을 간 이유다.

"애들은 다 커 품을 떠났으니 지금 알아도 어찌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배운다는 것 자체가 값진 것이고, 손주들이 생기면 할미노릇 잘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나이들어도 봉사하며 살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남편의 외조에 힘입어 주경야독의 승리자가 된 류순흥씨에게 함께 지역봉사를 하고 있는 홍성읍새마을부녀회 채수금 회장과 마을부녀회장들은 뜨거운 성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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