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짧다”
상태바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짧다”
  • 윤종혁
  • 승인 2019.08.26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팔망미인 재주꾼으로 유명한 김준환 씨

우드버닝 작가·짚풀공예가·국화재배가·하모니카연주가·야생화 사진작가 등 홍성읍 김준환(69) 씨를 지칭하는 말은 너무 많다. 취미로 하는 목공예와 서각도 수준급이고, 틈틈이 고향에서 벌을 키우고 있다. 한 마디로 팔망미인 재주꾼이다. 김 씨에게 하루 24시간은 너무 짧기만 하다.

김준환 씨가 다양한 손재주를 갖기 까지는 남다른 슬픔이 녹아있다. 장곡면 화계리 출신인 김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농사일을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한창 놀 나이에 어른들 틈에 끼어 모내기를 하고 저녁에는 밤늦도록 사랑방에서 어른들의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새끼를 꼬았다. 미장일을 배워 어른들과 품앗이로 일을 하기도 했다.

결혼 후 어느날 갑자기 농사일이 싫어졌다. 농사를 그만두고 방황을 하다가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도자기공장에 취업을 했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8개월 치 월급을 못 받았다. 설상가상 공장을 위해 300만원을 투자했는데 공장이 잘못되는 바람에 한 푼도 못 받고 고향을 떠나 홍성읍으로 이사를 왔다.

홍성읍에서 목부로 일을 했는데 여러 규제로 홍성읍에서젖소 키우기가 어려워졌다. 김준환 씨는 결국 1987년 서울로 이사를 갔다. 서울에 가서 목수가 됐다. 인천, 강원,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목수로 일을 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힘들었는데 홍성에서 기능직공무원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련없이 홍성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아산에서 열린 축제장에서 김준환 씨가 짚풀로 만든 옷을 선보였다.사진제공=김준환
지난해 가을 아산에서 열린 축제장에서 김준환 씨가 짚풀로 만든 옷을 선보였다.사진제공=김준환

작품 판매 수익금으로 나눔 실천

1991년부터 2008년까지 홍성읍에서 기능직공무원으로 근무를 했다. 김 씨는 틈틈이 짚풀공예품을 만들었다. 모자와 망태기 등을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했다. 국화재배에도 남다른 능력이 있어 국화를 키워 바자회를 개최했다. 판매 수익금이 생기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이웃을 위해 노력한 김 씨는 2001년 홍성JC가 수여하는 영광의 홍성인상을 받기도 했다.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집에서 쉬기보다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었다. 퇴직 후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러 대전을 오갔다. 교육을 받고 집에 오면 밤12시가 넘기 일쑤였다. 숲해설가 자격증 취득 후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준환 씨가 우드버닝으로 만든 여하정.  사진제공=김준환
김준환 씨가 우드버닝으로 만든 여하정. 사진제공=김준환

 

숲길등산지도사 공부를 하다가 ‘우드버닝’을 접하게 됐다. 인두로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는 우드버닝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6개월 동안 홍성과 아산을 오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배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우드버닝 실력자가 됐다. 김준환 씨의 우드버닝에 대한 실력은 지난 15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방영되기도 했다.

고희를 앞둔 나이지만 김준환 씨의 하루는 누구보다 바쁘다. 눈을 뜨면 새끼 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 오서산 등에서 숲길등산지도사 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국화 재배 하우스를 들러 국화를 살핀다. 틈틈이 장곡에 있는 벌통을 들여다보고 야생화와 새 사진을 찍는다. 저녁에는 짚풀공예를 빼놓지 않고 한다. 10월에 아산에서 열리는 짚풀공예 출품작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인생에 낮잠이란 없었습니다. 또한 저녁에 누워서 TV를 보는 일이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직접 만드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삶에 활력이 됩니다. 하루 24시간이 너무나 짧기만 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