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면 역촌마을] 사람 사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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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면 역촌마을] 사람 사는 이야기 (1)
  • 홍성신문
  • 승인 2019.08.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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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성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농촌마을에서 보기 어려워진 담배 말리는 풍경을 역촌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농촌마을에서 보기 어려워진 담배 말리는 풍경을 역촌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담배농사

역촌마을은 지형적으로 들판이 많지 않고 농지가 충분하지 않아 주민들은 외지로 생업활동을 하러 나가거나 농업과 임업의 다양한 현장을 다녔다. 현재는 역촌마을 터전에서 논농사와 일부 밭농사를 지으며 지내고 있다.

가장 더운 여름철 작업하는 담배 농사. 비닐하우스 한 동에는 초록색의 담배가, 다른 한 동의 담배는 거의 다 말라 옅은 황토빛의 담뱃잎이 되었다.
가장 더운 여름철 작업하는 담배 농사. 비닐하우스 한 동에는 초록색의 담배가, 다른 한 동의 담배는 거의 다 말라 옅은 황토빛의 담뱃잎이 되었다.

 

1980년대까지 주민들의 90%가 넘게 담배를 재배했다. 봄에 담배를 심어 한여름 제일 뜨거운 뙤약볕에서 담뱃잎을 말리는 일은 힘겨운 일이었다. 큰 걸대에 담뱃잎을 걸고 햇볕에 말리는 양근초를 주로 재배했는데 겨울철 한해 농사를 마친 담뱃잎을 모아서 지게에 지고 리어카나 경운기에 싣고 가면 농협창고에서 수매가 이뤄졌다.

장기홍, 고현미 부부가 작업하는 비닐하우스 입구 쪽은 차광막이 쳐져 있어서 비교적 시원하다. 부부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작업하던 옛 시절을 회상했다.
장기홍, 고현미 부부가 작업하는 비닐하우스 입구 쪽은 차광막이 쳐져 있어서 비교적 시원하다. 부부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작업하던 옛 시절을 회상했다.

 

현재 역촌마을에서는 1962년생 젊은 농부 장기홍, 고현미 부부 1가구만이 담배농사를 짓고 있다. 2000년 무렵부터 담배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는 이도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어려운 담배농사를 짓는 부부를 보며 젊은 사람이 미련이 터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엮인 담뱃잎 모습.
엮인 담뱃잎 모습.

 

충남연엽초생산협동조합에 계약재배를 하고 있으며 담배 종류는 벌외종이다. 그중에서도 상엽, 중엽, 하엽으로 나뉘는데 부부는 하엽을 재배하고 있다. 담배의 주재료는 황색종으로 충청북도와 전라도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담배를 엮고 말려서 포장하면 kg 단위로 수매한다.

아들 장기홍 씨에게 담배 농사를 비롯한 터전을 물려주고 옆 마을 성호리로 이사 간 1942년생 장원용 씨가 담배를 엮는데 일손을 보태고 있다. 역촌마을의 담배 농사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중이다.



 

마을길에 펼쳐진 꺼먹보리 타작마당. 부부는 사람도 차도 꺼먹보리 위로 지나가라고 한다. 밟으면 밟는 대로 보리 알곡이 털어지니 도리어 도와주는 셈이다.
마을길에 펼쳐진 꺼먹보리 타작마당. 부부는 사람도 차도 꺼먹보리 위로 지나가라고 한다. 밟으면 밟는 대로 보리 알곡이 털어지니 도리어 도와주는 셈이다.

 

보리 타작하는 부부

천태리 토박이인 1934년생 최광안 씨와 장재월 부부가 도리깨를 내리치고 있다. 부부는 꺼먹보리를 재배했는데 보리 알곡이 까맣다. 마을주민 이간난 씨가 얻어온 흔치 않은 꺼먹보리 종자를 조금 받아 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을에서 장씨 부부만 짓고 있다.

꺼먹보리 알곡.
꺼먹보리 알곡.

 

부부는 꺼먹보리를 타작해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냥 먹는다고 한다. 깨끗하게 물로 씻어 맷방석에 널어 말려 먹거나 자식들에게 준다. 한창 타작 중에 도리깨 나사가 빠져 타작질이 멈췄다.

부부의 농사 내공은 서로 막상막하다. 나사를 단단히 조여야 하는지, 헐겁게 조여야 하는지 누가 맞는 말일까?
부부의 농사 내공은 서로 막상막하다. 나사를 단단히 조여야 하는지, 헐겁게 조여야 하는지 누가 맞는 말일까?

 

장재월 씨가 오래된 고무 두레박을 들고 온다. 들어 보니 한번에 들리지 않을 만큼 무겁다. 고무 두레박은 대동샘에서 물을 길을 때 사용하던 것이다. 마을회관 앞에 있던 대동샘은 25년 전쯤 복개됐다. 오랜 세월 모아온 각종 나사와 볼트 들이 두레박과 한 몸이 되어 있다. 아귀에 맞는 나사를 찾아 고치는 부부가 티격태격한다. 삶의 고락을 함께 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오래된 고무 두레박에 담긴 각종 나사와 볼트, 못. 들어 보니 10kg은 될법하다. 농촌의 물건은 버려지지 않는다.
오래된 고무 두레박에 담긴 각종 나사와 볼트, 못. 들어 보니 10kg은 될법하다. 농촌의 물건은 버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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