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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모르던 제가… 속마음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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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모르던 제가… 속마음을 적는다”
  • 민웅기 기자
  • 승인 2019.08.1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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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벌말마을 문해교실 백일장 수상 쾌거
백일장 수상자들이 시상식 후 기념 촬영했다.  사진제공=벌말마을 성인문해교실.
백일장 수상자들이 시상식 후 기념 촬영했다. 사진제공=벌말마을 성인문해교실.

 

광천읍 신진2리 벌말마을 성인문해교육 수강생 2명이 백일장에서 수상했다. 벌말 문해교실의 3년 연속 백일장 수상이다.

벌말 문해교실은 지난달 29일 수상자, 고영대 홍성군청 교육체육과장, 신상권 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문해교육협회 주관 제15회 성인문해학습자 백일장 시상식을 가졌다.

초등학력 3단계 교육생 이윤복(92), 박정순(87) 씨가 ‘늘배움상’을 수상했다. 벌말 문해교실은 2017년 1명, 지난해 3명에 이어 올해 2명의 수상자를 냈다.

이윤복 수상자는 시상식에서 “글도 모르던 제가 글을 배워 이렇게 좋은 상을 한 번도 감사한데, 두 번이나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며 모든 공로를 신복섭 선생님께 돌린다” 고 소감을 말했다.


■수상작
내 90 평생에 고마웠던 분들이 참 많이 있었다.

부모님도, 남편도, 자녀들도, 이웃들도 고맙고 내 생전에 처음으로 만난 우리 학교 한글 선생님도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고마운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결혼하여 처음으로 장만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이 108평 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앞집으로 이사 온 사람이 집을 짓는다고 하여 측량을 해보니 우리 땅 8 평이 앞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땅은 50평인데 우리 땅 8평 넘어간 것 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하도 우기며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말로 안 되어 재판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사람이 재판을 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가장 힘든 것은 그 집에 살던 사람 3명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해서 알아보니 두 집은 서울로 이사 가고 한 집은 청양에 살고 있었다.어렵게 주소를 알아내 상계동으로, 봉천동으로 찾아가 만나니 참 반가웠다.

염치를 무릅쓰고 사실 이야기를 하며 증인 서 줄 것을 어렵게 부탁드리니 “한동이네 집이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도와야지” 하면서 선뜻 주민등록증을 내주며 “증인 신청하라고 하며 재판 날짜를 알려 주면 가서 증인을 서겠다”라고 참 고맙게 말을 하였다.

그리고 서류 신청하고 재판일을 알려 주었더니 세분 모두 오셨다.

증인을 서 준 세 명 모두가 참 눈물나게 고마웠지만 특히 서울에 이사한 한 분은 몸이 아파 수술 받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아들 부축을 받고 와서 증인을 서 주셔서 재판을 잘하고 우리가 이겼다.

3명중 두 분은 이미 고인이 되어 만날 수 없지만, 한 분은 93세로 건강하게 살아 계시는데 지금도 사이가 각별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려울 때 만사 제치고 오셔서 증인을 서 주신 세 분이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내 90 평생 글을 몰라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이 많았는데,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고 잊을 수 없는 고마운 그 은혜를 생각하며 이렇게 속마음을 글로 적을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하늘에 계신 두 분, 청양에 살고 계시는 93살 언니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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