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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력으로 탄생한 ‘브리스톨 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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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력으로 탄생한 ‘브리스톨 지역화폐’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9.07.10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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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지역경제 살리는 홍성 지역화폐<5>

진정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지역화폐는 돈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역화폐는 국가의 공식화폐와 달리 한정된 지역에서 통용되는 돈이다. 지역 내에 돈을 순환시킴으로써 지역경제의 안정화와 활성화를 동시에 꾀한다. 또한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커뮤니케이션 회복을 통해 상호신뢰 구축과 상호부조를 이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지역경제 살리는 홍성 지역화폐’ 기획취재를 통해 홍성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살펴보고, 홍성 지역경제 선순환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홍성 지역화폐 ‘잎’을 아시나요?
(2) 시흥시 전국 최초 모바일 지역화폐 도입
(3)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
(4) 지역화폐 노원(NW), 자원봉사 활성화 견인
(5) 민·관 협력으로 탄생한 '브리스톨 지역화폐'
(6) 지역화폐로 새로운 미래 꿈꾸다
(7) 홍성 지역화폐 활성화 제안

▲ 브리스톨시의 지역화폐. 파운드화와 같은 금액으로 쓰인다.


대기업 진출로 소상공인 신음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브리스톨은 영국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이다.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약 40만명 정도가 살고 있고, 외곽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100만명 정도에 육박한다. 항구도시이자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브리스톨 역시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산업침체로 인해 주민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돈의 흐름이 막혔다. 산업침체는 빈곤과 실업, 이주민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지역경제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2000년대 초 브리스톨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에 눈을 돌렸다. 사회적경제 활동가를 육성했고,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자본을 뒤로 한 테스코(TESCO) 같은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장악했다. 소상공인들의 신음이 깊어져갔다. 지역의 돈은 빠르게 외부로 유출됐다. 주민들은 자본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방안을 찾기 위해 집단의 힘을 모았다. 돈 가뭄을 해소하고 지역 내에서 돈이 돌기 위해서는 ‘지역화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홍성 지역화폐거래소 이동근 운영위원이 브리스톨파운드 가맹점을 찾아 지역화폐로 커피값을 계산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 활로 모색

2009년 주민들은 지역화폐 도입을 위해 적극 나섰다. 문제는 시스템 마련과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돈이 필요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주민들의 노력이 계속되자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으로부터 지역화폐 운영 시스템을 배우게 됐다.


유럽연합 지역발전기금(ERDF)으로부터 시스템 개발비용 지원을 받았다. 당시 유럽연합은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역화폐에 주목했다. 여러 나라에서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브리스톨도 시범사업의 한 곳으로 선정된 것이다. 네덜란드 온라인뱅킹 시스템 개발회사로부터 시스템 개발 협조를 약속받았고 자선기관으로부터 시스템 개발 비용을 지원받았다.

새로 당선된 시장 역시 지역화폐 필요성에 공감하며 행정에서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신협(Bristol Credit Union)에서도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적극 돕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브리스톨파운드 사무국(CIC)이 만들어졌다. 브리스톨 지역화폐 탄생이 눈 앞에 다가왔다.
 

▲ 브리스톨신협 매트 존스 책임자가 지역화폐와 관련한 신협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장, 월급을 지역화폐로 받다

3년의 준비 끝에 2012년 9월 브리스톨 지역화폐는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브리스톨 지역화폐는 ‘한정된 공간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인구 40만 도시에서 당당히 제 자리를 잡았다. 브리스톨 지역화폐는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지역화폐 사례로 손꼽힌다. 좁은 지역이 아닌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화폐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운영 안정화를 이루기까지는 브리스톨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당시 조지 퍼거스 시장은 자신의 월급 전부를 지역화폐로 받으며 주민들에게 지역화폐 사용 활성화를 독려했다. 의원들도 일부 수당을 지역화폐로 받았다.

시에서는 브리스톨파운드 사무국에 운영비로 연간 5만 파운드(약 7500만원)를 지원했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화폐로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지역화폐 디자인 공모로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며, 위조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경제로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높았던 브리스톨 주민들은 지역화폐 도입과 관련해 스스로 할 일을 찾았다. 가맹점 모집, 주민 교육, 시스템 관리, 마케팅과 홍보 등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지역화폐가 무엇인지를 알리고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브리스톨파운드 책임매니저 다이아나 핀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지역화폐가 만들어졌고 시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지역화폐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지역화폐 도입 당시 이상적인민·관 협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브리스톨신협 매트 존스 책임자는 “지역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브리스톨 신협에서는 지역화폐와 관련한 계좌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몇 몇의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 공동체 강화 측면에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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