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단청무늬 타투로 전통의 아름다움 알린다
상태바
단청무늬 타투로 전통의 아름다움 알린다
  • 윤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9.07.05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향인 인터뷰> 타투이스트 이보미
 

7월 20일~8월 23일 해방촌서 타투디자인 전시

아름다운 단청무늬 타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보미(사진·38) 타투이스트를 만났다. 서울 이대 앞에서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배드애즈(BADASS STUDIO)’라는 매장을 운영하는 이보미 씨는 전통미술과 타투디자인과의 콜라보레이션에 관심이 많다. 은근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선비 같은 옛 그림과 달리, 이보미 씨의 단청 디자인은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요즘의 청춘을 닮았다.

“우리는 색에 민감한 민족이잖아요. 저 역시 어린 시절 동네에서 마주했던 단아하고도 화려한 단청의 빛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요. 외국인들도 우리 전통 디자인의 아름다운 색과 기하학적인 무늬에 큰 매력을 느끼더라고요.”

이보미 씨는 홍동면 운월리에서 태어나 홍동초등학교, 홍동중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생애 최초의 기억도 홍동 갓골어린이집에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던 장면이다. 초등학교 땐 수업자료 삽화 그리는 일도 도왔다.

“방과 후 오래도록 앉아서 혼자 그림을 그렸어요. 그땐 그림이 너무 지겨워져서 앞으로 미술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웃음)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미술시간에 밖에 나가 풍경화 수업을 했는데, 미술선생님이 ‘네 그림에서 공기가 느껴진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그런 자세한 표현이 담긴 칭찬은 처음 들어봐서, 미술부에도 주저 없이 가입했던 것 같아요.”

홍동초 홍동중 풀무학교 졸업

서울여대 사학과 재학 중엔 한 가방회사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방에 직접 그림을 그려 파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그린 고양이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고 베스트셀러가 되자, 학업도 뒷전으로 미루고 미친 듯이 고양이를 그렸단다. 홍성 출신 시사만화가인 고경일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시사와 대중예술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사만평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하는 만평수업을 통해 고경일 교수님을 알게 됐죠. 상명대 만화학과에 편입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지만, 제가 재능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 음악 하는 친구들을 통해 타투를 접했는데,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동료 아티스트들과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 전통 단청무늬를 형상화한 이보미 씨의 타투디자인들

풀무 공동체 정신으로 건강한 대중예술 일조

‘코리안 스타일 타투’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이보미 씨는 대중이 예술을 더 가까이서 만나고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늘 마음을 연다. 곧 전시회도 연다.

“배드애즈 아티스트들과 함께 기획한 전시에요. 7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해방촌에 있는 ‘Livingroom’이라는 바에서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34회 졸업생인 이보미 씨는 풀무학교에서 배운 공동체 정신이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귀띔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풀무학교의 시문학 수업 덕분에 시를 읽을 때 머릿속에서 시어를 이미지화하고 운율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작은 마을부터 넓게는 지구 환경까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철학 전반에 영향을 받았죠.”

타투 문화를 더 밝고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그림, 지워지지 않는 좋은 기억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몸에 그림을 새긴다는 건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과는 또 다른 책임감을 안긴다.

 

“홍대 거리에선 타투가 없는 사람이 더 적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현행법상 타투는 여전히 불법이에요. 이런 인터뷰도 고민해야 하죠. 대중이 좋게 봐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나부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물로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포트폴리오용 작품을 많이 만들고 전시도 성공적으로 끝낸 다음, 내년엔 스튜디오 이름을 걸고 국제컨벤션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의 꿈은 귀향이에요. 언젠가는 홍동으로 돌아가 고향에 도움이 되고 환경도 지키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이보미 타투디자인 전시회 일정
△ 일시 : 7월 20일 ~ 8월 23일
△ 장소 :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30-1 Livingro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