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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산티아고 순례길 <42>나의 삶도 그러하듯 당신의 삶도 그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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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0  1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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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현 수

홍성읍 남장리

돌아왔다, 한달 보름 만에.돌아오자마자 배낭 팽개치고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발만 닦고 불 끄고 누웠다.

이내 잠들어 꿈속에서 파리의 어느 골목길을 헤매다 잠에서 깨었는데 11시반.

어쩌면 한바탕 꿈이었을 지도 모른다. 까미노도 그 사람과의 삶도.

라바넬에서 진짜 까미노는 집에 도착하여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펼쳐져 있을거라던 신부님의 말씀대로 현실의 까미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달 넘게 싸인 고지서, 신문, 카드내역서와 기타 우편물들이 우편함을 가득 채우고 잠시 잊고 있었던 살아 갈 날들에 대한 고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나의 집에 돌아왔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진흙탕 길을 걸었고 어느 날은 거친 바위와 자갈투성이의 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더러는 가축들의 똥으로 가득한 더러운 길을, 어떤 날은 뜨거운 태양아래 나무그늘하나 없는 벌판을 걷느라 발톱이 빠지고 무릎과 어깨통증에 시달리며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야 했다.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중에도 맑고 파란 하늘아래 소와 양들이 풀을 뜯고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에 행복했고,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성당의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기도하고 싶어 졌으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인사가 즐거웠고, 마을 입구의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와 샌드위치가 감사했다.

   
 

순례길에서의 하루하루가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듯 현실의 하루도 항상 신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들로 바쁘고 힘들게 사는 가운데, 더러는 화도 나고 짜증나거나 슬픈 일들도 겪어야 했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고 밤을 지새우는 날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삶의 길이 험하고 멀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각자의 역량 대로 천천히 걷다 보면 남보다 조금 늦을 수도 있지만 산티아고 대성당 앞의 광장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내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까미노에서 매일매일 예견하지 않은 기쁨과 즐거움과 감동이 있었고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 도움을 주는 고마운 천사들이 있었듯이 나의 삶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을 것이며 매일매일 누구에게나 필요한 만큼 일용할 양식을 내려주시는 분의 은총을 믿으며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두려움 없이 내 앞에 놓인 날들을 살아 가기로 한다.

그동안 부족한 저의 글을 실어 주시고 읽어주신 홍성신문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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