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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9>산티아고 서쪽하늘이 붉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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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9>산티아고 서쪽하늘이 붉게 물든다
  • 홍성신문
  • 승인 2019.05.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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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홍성읍 남장리
▲ 이현수홍성읍 남장리

화답송, 알렐루야, 거룩하시다 등을 수녀님이 선창을 하시는데 이 나라의 수녀님들은 노래를 잘해야 입회할 수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가 소리가 아름다웠다. 신부님 강복으로 미사가 끝날 즈음 자주색 옷을 입은 복사단이 여섯 명 나오더니 대형 향로와 연결된 기둥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원래 금요일 낮 12시 미사 때 정기적으로 향로 미사가 있다는데 오늘 그 큰 향로가 제대 앞을 가로질러 그네를 타는 장관을볼 수 있었다는 것은 까미노에서 얻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행운이었다.

향로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복사 한사람이 향로를 힘차게 밀어 올린 다음 나머지 복사들이 밧줄을 잡아 당겨 향로가 제대 앞으로 높이 날아오르자 순례자들이 너도나도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지금은 순례자들이 매일 샤워하고 세탁해서 냄새가 없지만 옛날에는 변변한 숙소도 제대로 없고 까미노에서 씻는 것도 어려운데 40여일을 걸어 성당에 들어 오면 그 냄새가 말할 수 없이 많이 나서 대형 향로에 향을 피워 위에서 높이 흔들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로 미사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사가 끝나고 바로 옆에 있는 호텔 식당으로 갔는데 티켓을 받은 이들이 벌써 문 앞에 모여 티켓을 든 손들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위한 테이블이 세팅 되어 있고 멋진 호텔 식사를 기대하며 앉아 있었다.

 

첫번째 증명서를 받은 남자는 스페인 남쪽 세비아에서부터 걸었는데 까미노를 너무 좋아해서 경치가 빼어난 스페인 북로를 비롯해 여러 루트를 많이 다녔다고 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 한 분은 까미노에 한국인들이 너무 많다며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는데 세번째 네번째 도착한 두 자매가 영어로 설명하느라 애썼다. 우리보다 1분 먼저 도착해 우리 앞에 서 있던 호주 부부는 호주에도 까미노와 비슷한 길이 있는데 아주 멋지다면서 오라고 했다. 대신 알베르게가 없어서 텐트와 취사도구를 지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는데 제주도를 알고 있었다. 첫번째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과 빵이 나오고 두번째는 엠파나다, 세번째 갈리시안스프 메인요리로 여러가지 고기와 야채스튜가 나왔는데 고기는 지나치게 짜고 야채는 싱거워서 별로 맛이 없었다.

식사 후 순례자사무실 앞 여행사에 가서 내일 피니스테라와 묵시아 투어 예약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다가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마칠 때쯤 외출했던 요세피나님 부부가 와인 한 병과 야채 믹스를 사 오셔서 이제 내일이면 못 만날 텐데 와인이나 한잔 하자며 들어오셨다. 길에서 만난 이들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분들이라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딸아이와 요셉님은 다음 일정과 숙소에 대해서 서로 공유한 정보가 많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9시 45분이 됐는데 산티아고의 서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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