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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해산물 요리, 주당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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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해산물 요리, 주당 사로잡다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9.05.1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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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홍성상설시장 부흥집 박정신 대표

안 가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문난 맛집 부흥집. 23년 동안 지금의 자리에서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렇다 할 메뉴판조차 없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박정신(68) 대표에게 부흥집은 집이자 오랜 친구와 같은 공간이다.

보령에서 태어나 결혼과 함께 홍성에 정착한 박 대표는 아이 셋을 키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고로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마냥 좌절하고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박정신 대표는 1996년 부흥집을 시작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마흔 다섯.

식당을 열기 전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일손을 도우며 식당 운영 노하우를 배웠다.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 오픈과 함께 삼겹살을 팔았다. 1년 정도 장사를 했지만 매출이 그저 그랬다. 삼겹살을 파는 식당에서 손님들은 ‘매운탕을 끓여 달라’ ‘주꾸미 샤브샤브를 해 달라’ 등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손님들의 요구대로 음식을 만들어줬다. 이후 부흥집은 알음알음 해산물 요리 맛집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홍주성 역사문화거리 옆에 위치한 부흥집에서는 메뉴도 없고 가격도 없다. 살아있는 해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보니 그 때 그 때 가격이 변한다. 봄에는 주꾸미 샤브샤브와 주꾸미 볶음이 인기이고, 여름에는 얼큰하게 끓여 낸 아나고탕과 우럭매운탕이 주된 메뉴다. 찬바람이 불면 물메기탕이 시작되고 아나고 파김치전골을 많이 찾는다. 추운 겨울에는 굴과 살조개, 각종 매운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매일시장(홍성상설시장)이 가까이에 있어서 사시사철 언제든지 싱싱한 해산물을 손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디에 가서 음식 만드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식구들 먹인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다보니 손님들 입맛에 맞은 것 같습니다.”

부흥집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1명이 겨우 일할 수 있을 만한 주방과 테이블 6개가 놓여 있다. 부흥집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다. 장소가 비좁다 보니 손님들은 때론 겸상을 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 술친구가 되기도 한다. 서로 주문한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주인이 바쁠 때에는 손님들이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르기도 한다.

“술에 취해 신발을 바꿔 신고 간 사람도 여럿이고, 바꿔 신고 간 신발을 세종시까지 택배로 보내 적도 있습니다. 술꾼들 뒷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장사하는 23년 동안 술 먹고 싸우고 행패부린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손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정신 대표는 오전 6시 30분이 되면 식당 문을 연다. 아이들을 키우며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해서 아이들 먹여 학교 보냈던오랜 습관이 몸에 배었다. 손님이 있건 없건새벽부터 밤 9시까지 부흥집을 지켰다. 쉬는날도 없이 일을 하다가 5~6년 전부터 매월셋째주 일요일 한 달에 한 번 쉰다. 그렇지만후회는 없다. 아이들이 너무나 착하게 잘 자라줬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가게 문을 열어야 했고,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손님을 많이 치른 날은 가게 문을 닫으면 몸에서 모든 기운이 다 빠질정도였습니다. 식당 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아이들이 바르게 커 줘서 성공한 인생이라자부합니다.”

날이 더워진 요즘에는 낮에 시원한 열무국수와 비빔국수를 팔고 있다. 한 그릇에 5000원이다. 시장의 푸짐한 정과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부흥집. 자식들은 건강 때문에 식당 일을 그만 하라 채근하지만 박정신 대표는 부흥집을 찾는 손님들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식당 문을 계속 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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