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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특집] “우린 호강허유, 만족 이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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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특집] “우린 호강허유, 만족 이구만유!”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5.0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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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자살률 세계적 수준, 독거노인 많아…노인빈곤 고독이 문제, 일자리창출 중요
▲ 결성면 내남마을 공동생활홈에서 만족을 느끼며 함께사는 노인들.

독거노인‘공동생활 홈’시범사업 인기

결성면사무소에서 남서쪽으로 작은 언덕을 넘어 1.3km 들어가면 서른 한 집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난다. 결성면 성남리 내남마을. 가운데 자리잡은 ‘공동생활홈’에 마을 노인 여섯 명이 함께 살고 있다. 남자 2명, 여자 4명이며 81세부터 94세까지 골고루다. 공동생활홈이 아니면 홀로 살아야하는 노인들이다. 자녀들은 서울, 인천, 대전에 살고 있다.

8일 어버이날 오후 기자가 찾아갔다. 낯선 사람인데 누군지, 왜 왔는지 묻지도 않고 반갑게 맞으며 음료수를 내놓고 명랑하게 접대해 부모가 사는 집에 온 느낌을 주었다. 그날은 서울에서 자녀들이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와 음식도 배달시켜 줘 함께 먹고 이상수 이장 트럭을 타고 결성농요회관에 공연을 보고 왔다고 자랑했다.

▲ 내남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공동생활홈

큰 침대방 2칸에 남녀가 구분해 사는데 점심때면 이웃 노인들이 마실와 함께 식사하고 윷놀이 하는 것이 일과란다. 많이 모일 때는 20명 정도. 요즘은 바깥 날씨가 좋아 텃밭에 나가 참깨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집에 온지 3년째 된다는 94세 할머니께 소감을 물었다.

“우린 호강허쥬, 만족이구만유, 이상수 이장님허구 동네분들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유”

홍성군의 홀로 사는 노인은 지난해 말 6390명. 군 전체 인구의 6.32%다. 남자가 4647명으로 전체의 73%다. 홍성군은 독거노인 공동생활제 운영비로 올해에 1400만 원을 지원한다. 

군은 지난 2017년 결성면 내남마을과 서부면 소리마을에 공동생활홈 건물을 신축, 독거노인 문제 해결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소리마을에는 여성 노인 5명이 살고 있다. 홍성군 박성래 경로복지팀장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할 뿐 만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생활습관을 배우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충남도내 자살자는 10만 명당 31.7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9회에 걸친 통계조사에서 충남은 1등 3회, 2등 4회, 3등 2회였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전국이 10만 명 당 47.7명이나 충남은 65.1명으로높다. 전체 자살자 중 60세 이상 독거노인은전국이 14.5%지만 충남은 17.6%다.

홍성군의 자살사망자는 2017년 충남도내 16개 시·군중 6위다. 전년도는 3위였다. OECD 36개 회원국 자살률 중 한국은 2위다. 충남, 그리고 홍성군의 자살률은 세계적 수준인 셈이다. 홍성군보건소 담당자에 의하면 군내 자살자의 60% 정도가 노인이며 그중 70%는 남자라고 밝히고 있다.

한서대 노인복지학과에서 ‘농촌노인복지대책’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승만 충남도의회 의원은 우리나라 노인문제를 ‘어르신4고(四苦)’라고 정리한다. 빈고, 병고, 고독, 소외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의원은 이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노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곡면 장곡길 569번지에 사는 최모씨(여, 72세)는 재가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극노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 관천장날 92세 보호 노인을 자동차로 모시고 가 옻나무 순 판매를 도와줬다. 그런데 그 노인이 전날 밤 잠을 못 잤다고 말 하더라는 것. 평생 시장에 나가 장사하던 92세 노인은 그날 옻 순을 따놓고 광천장에 가 팔아 돈 벌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 잠이 안 오더라는 것이다.

홍성군의 경로복지정책 1순위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다. 군은 올해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1658명을 대상으로 51억5900만원(국비 25억6900만원 포함)을 들여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대한노인회홍성군지부는 어르신일자리 취업 상담과 알선 업무를 하고 있다. 복지부 예산 사업인데 한 달 6명이 목표지만 올해 벌써 50명 이상 성사됐다. 일하려는 노인은 많으나 자리가 없어 문제라고 담당자는 말한다.

올해 2월말 홍성군 65세 이상 노인은 2만 2438명으로 전체 인구 10만 799명의 22.26%를 차지한다. 곧 홍성군민 4명중 1명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75세 이상 인구도전체의 10.63%인 1만 718명이다. 노인문제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점점더 요구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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