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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6>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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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6>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홍성신문
  • 승인 2019.04.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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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현 수홍성읍 남장리

아침 7시경 숙소를 나와 도로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도착 전 5킬로미터 지점에서 머물 계획이었지만 생각보다 도착예정시간이 빨라 그냥 산티아고까지 곧장 가기로 했다.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비교적 평탄하고 바닥이 보드라운 흙 길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서 뜨겁지 않고 선선한 날씨라서 걷기에 편했다.

어제처럼 유칼립투스가 자라는 숲 길이라서 향기도 좋고 간혹 이끼 낀 도토리나무들이 자라는 숲은 이끼까지도 온통 초록빛이어서 푸른 숲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길가에 수줍게 올라온 고사리들을 보면 꺾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었다. 한시간쯤 걷다가 만난 바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계속 걷는데 그동안과 달리 길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 있었다.

12시가 가까워지면서 도시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표징들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산 위로 비행기가 낮게 떠가는 모습이 보여 그 방향에 산티아고공항이 있구나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커다란 비행기가 날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보니 바로 길옆에 공항이 있었다.

공항 옆을 지나 걷고 있자니 한 무리의 자전거순례자들이 우리 옆을 빠르게 지나쳐 가더니 언덕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어서 그 곳이 산티아고 시내가 보이는 지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언덕위로 올라가니 꼭대기 전망이 좋은 곳에 커다란 조형물이 있었는데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산티아고 방문을 기념하는 탑이었다. 기념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 찍고 산티아고 시내의 풍경도 바라보다가 천천히 언덕을 내려 오는데 원래 머물기로 계획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의 공립알베르게를 발견했다.

 


12시가 넘으니 슬슬 배가 고파져서 가까운 바에 들어가 오렌지쥬스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4유로짜리 샌드위치가 내 손으로 두 뼘 가까이 되게 어마어마하게 커서 놀라웠는데 속에 치즈 상추 참치 숙주나물 토마토가 들어있어 촉촉해 먹기 좋았는데 이 곳 갈리시아지방에서 숙주나물을 먹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옆 테이블에 서양인 부부가 앉더니우리가 먹는 샌드위치를 보더니 메뉴 판을 가지고 와서 어느걸 주문하면 같은 걸 먹을 수 있는지 물어서 딸아이가 알려주니 그대로 주문해서 먹고있었다.

 

식사 후 시내를 향하여 걷는 데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질 정도로 많아졌다. 야고보대성당을 향하여 걷고 있을 때 딸아이는 거의 다 왔다고 신이 나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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