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경 숙소를 나와 도로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 도착 전 5킬로미터 지점에서 머물 계획이었지만 생각보다 도착예정시간이 빨라 그냥 산티아고까지 곧장 가기로 했다.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비교적 평탄하고 바닥이 보드라운 흙 길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서 뜨겁지 않고 선선한 날씨라서 걷기에 편했다.
어제처럼 유칼립투스가 자라는 숲 길이라서 향기도 좋고 간혹 이끼 낀 도토리나무들이 자라는 숲은 이끼까지도 온통 초록빛이어서 푸른 숲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12시가 가까워지면서 도시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여러가지 표징들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산 위로 비행기가 낮게 떠가는 모습이 보여 그 방향에 산티아고공항이 있구나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커다란 비행기가 날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보니 바로 길옆에 공항이 있었다.
공항 옆을 지나 걷고 있자니 한 무리의 자전거순례자들이 우리 옆을 빠르게 지나쳐 가더니 언덕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어서 그 곳이 산티아고 시내가 보이는 지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언덕위로 올라가니 꼭대기 전망이 좋은 곳에 커다란 조형물이 있었는데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산티아고 방문을 기념하는 탑이었다. 기념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 찍고 산티아고 시내의 풍경도 바라보다가 천천히 언덕을 내려 오는데 원래 머물기로 계획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의 공립알베르게를 발견했다.
12시가 넘으니 슬슬 배가 고파져서 가까운 바에 들어가 오렌지쥬스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4유로짜리 샌드위치가 내 손으로 두 뼘 가까이 되게 어마어마하게 커서 놀라웠는데 속에 치즈 상추 참치 숙주나물 토마토가 들어있어 촉촉해 먹기 좋았는데 이 곳 갈리시아지방에서 숙주나물을 먹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옆 테이블에 서양인 부부가 앉더니우리가 먹는 샌드위치를 보더니 메뉴 판을 가지고 와서 어느걸 주문하면 같은 걸 먹을 수 있는지 물어서 딸아이가 알려주니 그대로 주문해서 먹고있었다.
식사 후 시내를 향하여 걷는 데 사람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질 정도로 많아졌다. 야고보대성당을 향하여 걷고 있을 때 딸아이는 거의 다 왔다고 신이 나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