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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_전설 서낭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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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_전설 서낭나무
  • 홍성신문
  • 승인 2019.04.0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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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지켜준 충성스런 개와 서낭나무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 충의대교 삼거리-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우리고장 예산군 삽교읍 삽교리에 삽교천을 가로지르는 충의대교가 있다. 옛날 이곳에는 삽교천을 건너다니는 돌다리가 놓여있었고, 배가 드나들면서 사람과 짐을 싣고 내리던 선창이 있었다. 지금 이곳 지명은 충의대교 삼거리이다.

옛날 선창 부근에는 뱃사람들과 행인들이 쉬었다 가는 주막이 있었고 오래된 서낭나무가 서 있었다. 지금도 나이 든 어른들은 선창 부근에 서있던 우람한 서낭나무 모습을 기억한다. 서낭나무가 서있던 정확한 위치는 삽교리에서 충의대교로 진입하는 입구 수문 부근이다.

느티나무인 서낭나무 가지에는 정초에 색색의 헝겊천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고, 나무 밑에서는 시루떡을 갖다놓고 치성 드리는 할머니들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이와 같은 토속신앙 모습은 옛날에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풍속이었지만, 이곳 삽교 서낭나무는 특별한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이곳 선창에는 젊은 부부가 주막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는 알뜰하고 친절하여 항상 손님들이 넘쳐났다. 젊은 부부는 손님들이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돼지와 개의 먹이로 사용했다. 집안에 음식 찌꺼기가 넘쳐나자 쥐가 들끓었으므로 고양이도 기르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는 쥐는 잡지 않고 온갖 말썽만 피우곤 했다. 손님들 밥상에 오를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하고, 부엌 시렁을 오르내리며 그릇을 깨치기 일쑤였다.

주막 주인은 화가 나서 고양이를 혼내곤 했다. 어떤 때는 나뭇가지로 고양이를 힘껏 때려서 내쫓기도 했다. 하지만 고양이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말썽이 늘어만 갔다.

어느날 주막 주인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삽교 장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해 둔 날이었다. 밤에 고양이가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훔쳐 먹으며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말았다.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주인은 고양이를 붙잡아 죽이고 삽교천에 내다 버렸다.

주막 주인에게는 어린 아들이 한 명 있었다. 고양이가 죽은 뒷날부터 주막집 아들의 몸에 노란 고양이 털이 나기 시작했다. 부부는 아들에게 생겨난 희귀한 병으로 걱정이 태산이었다.

부부가 태산 같은 걱정에 쌓여있을 때, 스님 한분이 주막에 들렀다. 부부의 사연을 전해들은 스님은 즉석에서 해결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댁에 죽어서 나간 동물의 원한이 가득 차 있습니다.”

스님의 말에 주막 주인은 고양이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 그렇군요. 오늘밤에 댁의 아드님 목숨도 위태롭습니다. 지금 주막에서 기르던 개도 노란 털이니, 마른 북어와 찹쌀밥을 주어서 든든하게 먹이세요. 개를 잘 먹여서 고양이의 원한을 막도록 하십시오.”

하면서 주막을 떠났다.

주막 주인은 스님의 말대로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 북어와 찹쌀밥을 든든하게 먹였다.

그날 밤에 주막 주인은 숨을 죽이며 방에 앉아있었다. 한밤중에 멀리서 빨간 불빛이 비쳐오고 있었다. 아마도 눈에 살기를 띠고 다가오는 짐승의 눈빛 같았다. 주막집 주인이 떨고 있는 사이에 불빛은 집 앞까지 다가왔다.

그때였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으르렁 거리며 불빛과 맞섰다. 곧 이어서 개와 정체 모를 짐승의 험악한 포효가 천지를 진동했다. 개와 짐승의 싸움은 점점 치열해지며 밤새 계속되고 있었다.

새벽녘이 되면서 싸움이 그쳤다. 부부는 밤새 덜덜 떨고만 있다가 동이 트면서 조심조심 밖으로 나가보았다.

집앞 느티나무 아래에 개가 쓰러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몸을 만져보니 죽어 있었다. 밤새 싸우던 정체모를 짐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막집 주인은 집에서 기르던 개가 자신들을 살려준 것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개를 조심스럽게 느티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개를 묻어준 느티나무를 서낭나무라 부르며 정성껏 위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주막집 주인은 물론이고 마을사람들도 서낭나무를 신령스런 나무로 여겼다. 개인과 마을을 보호해주는 신목으로 여기며 정초마다 치성을 드리곤 했다. 서낭나무는 도로가 넓혀지고 충의대교가 건설되면서 없어지고, 충성스런 개의 얘기만 전해오고 있다.

 

이와 비슷한 전설은 우리고장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독배마을에도 전해온다.

마을에 사는 집 주인은 조상의 제삿날에 제사상을 정성껏 차렸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 고양이가 제사상에 올라가서 음식을 헤쳐 놓았다. 화가 난 주인은 고양이에게 젓가락을 집어 던졌다.

젓가락은 하필 고양이 눈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는 산에서 원수를 갚기 위해 골몰했다. 야생짐승과 짝을 맺어 새끼를 낳고 기르며 훈련을 시켰다. 드디어 새끼가 자란 후에 원수를 갚으러 왔지만, 집에서 기르던 충성스런 개들로 인해 무사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주인을 잘 섬기는 개의 충성심과 함께 하찮은 짐승에게라도 원한을 사지 말라는 교훈이 담긴 전설이라 생각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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