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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41>생떽쥐페리 - 커피 한 잔에 길들여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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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8  1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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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미 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멀리 보이는 풍경에선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가 주는 신비감 때문이다. 봄날의 농촌은 고단하지만 그러나 스쳐 지나는 이에게 농촌은 그저 목가적 풍경일 뿐이다. 거기엔 자연이 있고 느림이 있으며여유가 있고 낭만이 있다. 낭만이 고통으로 다가오는 건, ‘풍경’이 ‘현장’으로 뒤바뀔 때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지도록 땀 흘려 일할 때 풍경은 비로소 현장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풍경과 현장을 맞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도 좋을 풍경에 둥지를 틀고, 내 삶의 현장이 누군가에게 낭만이 되도록 가꿔가는 일, 그것이 바로 어른이 치러야 할 고통인 것이다.

소설가 생떽쥐페리는 풍경을 현장으로 바꿔 산 사람이었다. 그가 쓴 소설, <어린왕자>는 풍경과 현장의 끊임없는 길항(拮抗)이었다. 풍경과도 같던 이웃별에 들러 누군가를 만나고, 그를 알고 그와 소통하며 그와 더불어 길들여지는 모든 과정은 풍경보다 현장이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증거한 우화이자 웅변이었다. 풍경이 풍경일 땐 낭만일 뿐이지만, 풍경이 현장이 될땐 성장과 치유, 나아가 행복까지도 얻을수 있음을 그는 <어린 왕자>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장미꽃이 소중한 건 그 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들 때문>이고 <누군가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점점 더 행복해지는>삶이란 결국, 현장 속에서만 얻을 수있는 삶의 축복이었다. 그것은 장미를 길러낸 누군가의 노력이 있고 4시가 되면 어김없이 달려와 줄 누군가의 정성이 있기에가능한 일이었다. 별을 빛나게 해줄 <숨은꽃>도, 사막을 아름답게 만들 <오아시스
> 도 결국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에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것이다. 그러기에 그는<관계만이 사람을 살게 하며> <함께 보낸시간만큼 책임이 있다> 는 말로 자신의 삶을대변하곤 했다.

그의 삶에서 자연은 곧 풍경이자 현장이었다. 소설가이자 조종사였던 그는 하늘을 날 때마다 환희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곤 했다. 하늘에서 본 땅은 아름다웠지만 그러나 그것은 언제 곤두박질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섞인 절반의 환희였다. 비행 도중 여러 번의 불시착을 경험한 그에게 비행은 늘 긴장이자 고통이었다. 긴장을 달래듯 그는 자주 커피를 마셨고 자주 담배를 피웠다. 크림을 섞어 만든 달달한 커피는 그의 삶에 당의정과도 같았다. <벌어진 상처처럼 시간이 가는 동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던 그의 고백처럼, 커피는 긴장과 공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낭만이었다. 그가 추락한 곳에는 늘 유품처럼 커피가 있었다. 자신이 산 비행기, <꼬동 시문>과 함께 마르세유에 추락했을 때도, <어린 왕자>의 무대였던 리비아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했을 때도, 그의곁을 지킨 건 봉지에 든 커피 원두와 포도,그리고 오렌지가 전부였다.

1944년, 그는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자신이 길들여온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였다. 그가 살아낸 44년은 결코 길지 않았지만 그러나 세상을 사랑한 그의 뜨거움은 <어린 왕자>가 되어 세상에 남았다. 낭만보다는 고통을 선택한 그의 삶이 있었기에 그가 쓴 작품들은 이 땅의 별이 되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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