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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38>로셀리우스 - 극이 빚어낸 디카페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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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8  08: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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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림 <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누가 뭐래도, 커피의 본질은 카페인이다.

은은한 커피향이 커피의 꽃이라면, 강렬한 카페인은 커피의 열매다. 꽃으로 피어 열매로 결실하는 자연의 섭리처럼 커피 또한 향으로 피어 카페인으로 결실된다.

커피향이 제 아무리 코끝을 유혹한다 해도 카페인이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커피는 될 수 없다. 각성 효과를 가진 카페인이 곁들여질 때 커피의 면모는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커피에 주목하고 독일 화학자 룽게가 카페인을 연구한 건, 모두가 카페인이 가진 독특한 효능 때문이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견딜 수 없는 불면증과 두근거림, 커피 한 잔에도 올라가는 활력과 집중력은 커피를 맛본 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자연의 신비였다.

‘커피를 모르는 자, 커피를 아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는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평생 와인에 빠져 산 괴테에게도 커피는 생애를 걸어 분석하고픈 신비의 음료였다. 당시 괴테가 예나대(大) 분석화학자 룽게에게 커피콩 분석을 의뢰한 건 커피 역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 사건이었다.

1820년, 룽게는 마침내 카페인 추출에 성공했고 이로써커피 산업은 새로운 부흥기를 맞게 됐다.카페인을 감기약과 해열제에 쓰기 시작한건 모두가 룽게가 이룬 연구 덕분이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다. 누군가 카페인을 발견해내면 또 다른 누군가는 카페인을 제거해낸다. 누군가에게 유익이 되는 카페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해악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독일의 커피 상인, 로셀리우스가 그랬다. 그에게 커피란, 아버지를 데려간 죽음의 음료였다. 커피 시음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떴고 그는 아버지의 죽음이 카페인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버지의 유산과도 같은 커피를 판매하며 그는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만들리라 다짐했다.

때마침 바닷물에 빠진 커피 원두도 그의 연구를 부채질했다. 원두를 실은 배가 폭풍에 난파되면서 그는 판매할 수 없는 젖은 원두를 기꺼이 연구에 활용했다. 룽게가 카페인을 발견한 지 80여 년이 지난, 1903년의 일이었다. 그렇게 카페인은 제거됐고 그는 마침내 특허를 출원했다. 커피 생두를 증기로 쪄 부풀린 뒤, 벤젠으로 카페인만을 제거하는 ‘로셀리우스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백 년 후, 카페인 없는 커피는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에서만 천만 잔 이상의 디카페인 커피가 팔렸고 한국 또한 백만 잔 이상의 디카페인 커피가 매달 팔려나간다. 디카페인 커피라 해서 카페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제기준은 커피 한 잔 당 10mg이하의 카페인을 함유할 때 이를 디카페인 커피라 규정하고 있다.

카페인 하루 권장량이 성인 400mg, 청소년 125mg인 점을감안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혹자는카페인 없는 커피가 열매 없는 꽃만큼이나허무하다 말하지만, 그러나 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삶 또한 있는 법이다.

목적을 향해 치닫는 우리네 삶 속에서, 커피 한 잔쯤다르게 마신들 무엇이 문제겠는가. 인체에미치는 영향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디카페인 커피야말로 그들에겐 더없는 축복이자 선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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