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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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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부인
  • 홍성신문
  • 승인 2019.02.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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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우리고장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에는 안면도와 육지를 연결해주는 연육교가 있다. 1970년에 안면도 연육교가 건설되면서 300여년이 넘도록 섬으로 있던 안면도가 육지와 연결되었다. 안면도 연육교는 나룻배로 육지를 건너다녀야 했던 안면도의 교통과 산업 등 다방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안면도 연육교에서 드르니 항 방향으로 500여 미터 지점 바닷가에 홀로 외롭게 솟아있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 이름이 선바위이다. 선바위는 바닷가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던 부부와 아낙네의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연육교 주변 바닷가에는 어부 내외가 다정하게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하루하루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아 생활했지만 부부금슬이 매우 좋았다. 주변 이웃들에게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갔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지만 부부간에 찰떡같은 금슬을 자랑하며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갔다.

이들 부부도 일 년 이 년 세월이 흐르면서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남편은 거친 바닷가에 나가 그물을 던지는 것도 힘이 부칠 때가 많았다.

“아이구, 이제는 나도 옛날 같지 않구먼. 바다에서 그물질 하는 것도 힘이 들어.”

남편은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면서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를 바라보는 부인은 남편이 바다에 나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지난밤에 가볍게 불던 바람은 아침이 되면서 조금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여보, 오늘은 바다에 나가지 말아요. 웬일인지 불안해요.”

부인은 바다로 나가는 남편을 말렸다. 하지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바다로 향했다.

“에이, 이정도 바람이야 평생 견뎌온 나요. 오늘은 조금 더 멀리 나가볼 생각이오. 아무 걱정 말고 있어요.”

남편은 아내를 안심시키고 바다로 나갔다.

남편이 바다로 나가던 아침까지만 해도 바람은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바람은 점점 강해지며 거친 파도를 몰고 왔다.

“이것을 어쩌나? 남편이 무사해야 할 텐데…….”

아내는 남편이 있는 서해 먼 바다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아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저녁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밤새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녘에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하루종일 남편이 나간 서해 먼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끼니를 거르고 식음을 전폐하며 남편이 나간 바닷가에 망부석처럼 서있었다. 이렇게 하루 이틀 지나가고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두 달 지나가면서 일 년이 되었다.

“이제 남편은 죽은 사람이야. 남편을 잊고 굳게 살아야지.”

이웃들은 부인에게 남편을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서있었다.

어느덧 남편이 바다로 나가고 삼 년이 되던 날이었다. 이날도 부인은 바닷가로 나가 남편을 기다리며 서있었다. 이렇게 서쪽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던 부인은 더 이상 몸을 지탱할 기력이 없었다. 어느 순간에 ‘퍽’ 소리를 내며 옆으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부인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숨을 거두었다.

부인이 그 자리에 쓰러져서 숨을 거두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번쩍 하는 번개와 천둥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번개와 뇌성병력이 지나가고 난 후에, 숨을 거둔 부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돌기둥이 서있었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선바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남달리 부부금슬이 좋았던 부부와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부인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세월이 흘러왔다.

옛날에 선바위는 바닷가에 바짝 붙어있었다. 밀물 때면 선바위 아랫부분이 바닷가에 잠기고 썰물 때면 선바위 전체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세월이 흐르면서 파도가 산을 깎아내며 선바위가 점점 바다 가까이 향해있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이 지금도 남편을 찾아서 바닷가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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