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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특집>나라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홍성(2) 금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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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특집>나라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홍성(2) 금마면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9.02.1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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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수백명 3개 산봉우리 봉화 만세소리 진동

1919년 4월 1일밤 8시금마면가산리이원문의 집 마당에 주민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파극 공연이 있었다. 신파극(新派劇)은 원래 일본 메이지시대 서양 연극 양식을 받아들인 정치극으로 시작해 모든 장르로 확산된 연극이다.

우리나라는 1910년한일합병 이후 유입돼 전국에 확산됐다.홍성지방에서도 1960년대까지 계속된 신파극은 많은 지역에서 공연됐으며 마을대항 연극경연대회까지 열렸다.

마을에서 사랑채와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골라 밖으로 된 마루 끝에 말둑을 박고 널판지로 넓혀 무대를 만들어 공연장으로 사용했다.대본은 빌리거나 주민들이 공동으로 만들며 등장 인물은 동네 총각들이 나와 억눌린 삶이나 사회적 불만을 연극 형식으로쏟아놓기도 했다.

그날밤 금마 가산리 연극내용이나제목은 알려져있지 않다. 관객은 가산리 뿐만 아니라 이웃 부평리, 송강리에서도 왔다. 연극 도중 사람이가장 많이 모였을 것으로 보이는 시간이되자 부평리 조한원(33세)이 갑자기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재만 등 6명이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30여명 참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이날 만세시위는 연극을 보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한 달 전 서울에서홍성출신 만해 한

▲ 금마 만세시위 운동으로 희생된 184명 명단이 새겨진기념비.

용운을 중심으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후 전국에 확산돼 있는 때였다. 이웃홍동과 홍성, 광천, 구항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났었다.

서울과 연락되는 가산리이재만(34세)은 약장사 처럼 들고 다니는가방 안에 독립선언서 사본을 숨겨갖고와 부평리 민영갑, 가산리 이원문과 공연장 만세 계획을 세우고 가산리 김재홍, 조재학, 송강리 최중삼, 부평리 조한원을 합류시켜 모두 7명이 주도해 준비했다. 48세 김재홍 외에는 모두 30대 중반이었다.

184명 체포돼 징역, 태형 90대씩

만세 소리를 듣고 들이닥친 한다리 지서일본 경찰에 의해 주민들은 모두 해산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다음날 아침 홍성시장으로 몰려갔다. 홍성시장에는 군내 여러 면에서 온 사람들 수백명이 모였다.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홍성읍에 울려퍼졌다.그러나 즉각 출동한 경찰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해산당했다. 금마 사람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4월 4일 밤 거의 모든 주민들이 뒷산으로올라가 봉화불을 올리며 만세를 불렀다.죽림리, 부평리, 화양리 사람들은 철마산으로, 송암리, 장성리 사람들은 퇴뭬산으로, 가산리, 인산리 사람들은 옥려봉으로올라갔다. 두루마기 속에 솜방망이를 숨기고, 어떤 이는 석유통을 들고 한 사람씩다른 길로 각각 올라가 상봉에서 만났다.

산봉우리들은 봉화불로 시작 신호를 알렸다. 3개 산봉우리에서 타오르는 봉화불이금마면을 붉게 물들인 가운데‘대한민국독립만세’소리가 밤새도록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날 만세시위에 얼마나 많은 주민이 참여했는지 그 숫자는 파악할 수 없다. 금마면 호병계에 이와 관련돼 보관중인‘수형자 명부’는 12개 마을 184명이 검거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날 시위에 놀란 일본기마군경들은 현장을 급습, 총을 쏘며 진압을 강행해 홍성경찰서로 끌고 갔다.

주동자인 이재만, 민영갑, 김종석은 징역 1년, 조재학, 김재홍, 최중삼, 조한원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 165명에게 태형 90대, 12명에게 30대 내지60대의 매질로 처벌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했으나 잡히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임으로 실제로는 수많은 무명의 금마면민들이 조국을 위한 독립운동에 나선 것이다.

철마산 기념비 성역화…매년 3·1절 추모제

▲ 금마 기미독립운동 기념비가 세워진 철마산 공원.

금마노인회는 1984년 면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희생된 184명 영혼을 추모하기위한 기념비건립비를 봉화대에 세웠다. 1992년 홍성군의 도움을 받아 최영장군이 무술을 연련마했다는 전설이 담긴 철마산 기슭 2만2000여 평 일대를 성역화해해마다 3·1절 합동 추모제향 을 올리고있다.

금마독립운동유족회(회장 최숙자, 71세,최중삼의 딸)은 유족들에 대한 자료 조사활동을 꾸준히 벌여 대통령 표창 등을 상신하고 있다. 184명 중 131명은 건국훈장애족장, 대통령 표창, 건국 포장 등을 받았으나 53명은 연고자 자료가 불확실해 표창 신청을 못하고 있다.

▲ 최숙자 금마 독립운동유족회장.

최숙자 유족회장은“면사무소 수형자 명부에 등재된 이름과 호적부상 이름이 달라 유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데 당시 처벌받은 분들이 자손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호적과 달리집에서 부르는 이름을 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유족회는 나머지 53명 중30대 태형을 처벌받은 5명에 대한 표창을올해 상신해 놓은 상태다.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 전에 사망한 자의유족은 손자 1명까지(외손자 포함) 연금을 받으며 해방 후 사망한 독립운동가의유족은 아들 딸 까지만 연금을 받는다. 최숙자 회장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2017년 6월 6일 현충일 축사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3대까지 국가의 혜택을 받게 하겠다고 밝힌 뒤 태형 30대 처벌받은사람도 표창 대상에 포함되고 어렵게 사는 유족들에게 주는 지원금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방송 KBS는 2월 25일 오전 8시 30분, 아침 생방송에 금마면 철마산만세시위를 재현해 방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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