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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목과마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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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목과마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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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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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 할머니의 명주 저고리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성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박경화 할머니의 보물단지 같은 낡은 궤 속에 50년째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 없는 명주 저고리가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청마단과 손녀딸 수연이는 할머니의 낡은 궤와 명주 저고리를 찾아 옛 집 안으로 두근두근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 궤 속에 어디 있나 몰라. 나 시집은 농속도 그대로 있어. 건드리지도 않았어. 아휴 그거 다 버려야 할 틴디. 저 아래 농 어디 들었을 테지. 거기다 놓고서, 다 끄내도(꺼내서) 내뿌려(내다 버려) 인제. 쬐끄만 궤짝 거기 들었어. 저 가있나? 저 가있나..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야 혀. 농속을 어따 뒀나...그거 내뿌려야 할텐디. 맨날 내뿐 다고 날이나 굳고 뭐 한가 쪄야 뒤져보지. 저고리 같은 게 워디 가 있댜~ 명주 저고리. 아주 저 방에 들어가 볼 수도 없을걸~ 봐 이 이거 한번 가봐! 어디 가 있나 찾아봐야지. 아 괜히 그 소리 했네~(일어나시면서).
- 박경화, 78세

 

“거 꺼내봐 다 꺼내면 명주저고리 나와 또 열어봐 거 또 있나 뭐 있어 거기봐 거기 저고리같은거 있나. 다 오래된거야 그게 다 농속일세 베적삼, 모시적삼. 거기 명주 저고리도 있나 봐 또 있나 봐. 다 버려 이.”

시집 오신 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으신 궤를 찾아낸 박경화 할머니. 궤 속에는 앨범들과, 시집오실 때 지어 오신 옷가지, 수를 놓던 천들이 들어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관심 받지 못한 채 켜켜이 먼지 쌓여가던 낡은 궤 속에는 소중한 것들만 골라 들어 있었다.

그 중 할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혹시 명주 저고리가 아닐까?

이거 옛날 저고리 하하하. 이게 50년 된 명주 저고리 겨~ 이렇게 봐. 이게 명주여~ 명주 질쌈(길쌈)한 저고리. 하얀 거 갸. 아이고 겨. 이게 명주 저고리. 아이고~ 입었간, 이게 한번 입은 것두 아녀. 시집올 때 꼬매 갔고 그냥 온 거여. 안 입었어~ 이거 새거여 이거 뜯도 않았잖아 이봐 저고리, 겨. 이렇게 봐.
수연이와 청마단은 할머니와 함께 궤짝 속에서 곱게 개키어진 오래된 옷가지들을 꺼내었다.
빛이 잘 드는 데로 가져가 옷을 펼쳐보았고 할머니의 기억도 우리 앞에 펼쳐졌다.
수연이는 할머니 기억 속의 길쌈하는 처녀, 시집오기 전 앳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할머니가 질쌈해서 다 해준거여. 짰어 베 짜서
<수연이> 길쌈이 뭐야?
<할머니> 그게 모시 삼어서 날어서 메서 짜서 그거 맹글은거여. 삼도 삼꼬.. 우리 삼도 심었었어. 나 시집와서두 여기서두 한걸. 명주도 허구. 명주도 저거 평산에서 베틀  짜서 어머니가 맹글은거야. 저고리 이거. 아 그거 오래됐지. 54년은  55년은 됐겄네, 55년 6년.
<청마단> 이거 하나 만들 때마다 얼만큼씩 걸리셨는지 기억이 얼추 나세요?
<할머니> 아이고.. 말도 못 하지. 저거를 해주느라고 우리 어머니가..
<수연이> 하얀게 왜 노랗게 됐지? 어?

<할머니> 치자 물 들인거여 저건.

▲ 친정어머니와 함께 직접 길쌈하고 치자 염색하여 만들어 오신 명주 저고리. 안에 솜이 대어져 있다. 그리고 개어놓은 채로 실로 한자를 수놓았다, 고쟁이.
▲ 박경화 할머니는 고쟁이를 접어서 실로 上를 수놓은 것을 벌려보시고 고쟁이인지 앞치마인지 구분을 하셨다.

<할머니> 아~ 고쟁이. 여기 밑 다는 것 보게
<수연이> 고쟁이가 뭐야? 
<할머니> 뭐긴 뭐야 빤스식이지. 하하 팬트식 팬트. 팬트처럼 속에다가 입는 거여. 그러고 처마(치마) 입었응께~
<수연이>  왜 이렇게 길어?
<할머니> 옛날에는 팬트식이 없구 이게 저거루 속에 다 입고 제 처마(치마) 입고 그랬응께. 그러고 앞치마 띄었응께. 할머니들 클 때 그랬어. 아이고 윗서여다 단데 해까고 제대로 해놨네(잘 만들었네!)

▲ 마당에 널어둔 광목 앞치마.

“ 한복 입고서 처마(치마)위에다 입는 거지 뭐. 거 스물 네살 먹었을 때 시집올 때 한 거여 그거. 54년 됐네 그게. 그 때 광목깨지 되있었댜. 잔뜩 있었응께 입고 내뿌리고 내뻐리고 하니께. 우리 어머니 하고 나하고 만들었지. 아 자봉으로다 했을걸? 자봉 있었응께. 저 있어 자봉틀~” 

 

자봉(재봉틀)을 궤가 있던 옛집에서 찾아내었다.
재봉틀과 책상은 일체형으로 재봉틀을 사용한 후 상판 안에 넣으면 그냥 책상이 된다.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목과마을에 사는 수연이

 

목과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은 갈산 초등학교 3학년 수연이입니다. 마을에서 수연이와 가장 친한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아! 할머니 할아버지 다음으로 가장 친한 마을 분은 이장님이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마을의 추억은 이상예 할머니 댁 앞에서 노란 해바라기를 보며 친구와 놀았던 추억입니다.

▲ 커다란 종이에 마을의 기억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친구와 함께 놀았던 꽃밭입니다. 종이가 너무 커서 힘들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색을 칠했습니다.

수연이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 시절 사진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수연이가 발견한 옛 사진, 재봉틀, 명주 저고리는 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있을 거예요.
written by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이은정, 김새롬)

 

<대상마을 모집>
마을조사 및 마을책자 제작에 함께 할 마을을 모집합니다.
△대상 :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마을, 마을자원 발굴 및 마을책자에 관심이 있는 마을
△연락 : 홍성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041-635-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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