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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32>/ 하워드 슐츠 (하)-공동의 가치, 공동의 비전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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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8  09: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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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커피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하라. 지난해 스타벅스를 은퇴한 슐츠에게 쏟아지는 새로운 요구다. 커피로 제국을 일궈냈듯 정치로 또 하나의 제국을 일궈달라는 미국인들의 요구다. 그가 일궈낸 커피 제국엔 무엇보다 눈물이 없었다. 그것은 커피향이 가진 마법과도 같은 세계였다. 커피향을 피워 올리는 순간, 모두가 동일한 향기를 공유하듯 슐츠와 함께 한 모든 구성원 또한 동일한 행복을 공유할 수 있었다. 거기엔 모남도 부족함도 없었다. 모나면 모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두는 그렇게 소중했고 모두는 그렇게 사랑스러웠다.

그것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무엇보다 난민 정책이 그랬다. 트럼프 정부에게 난민은 공포이자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사탕이 가득 든 그릇에 든 몇 개의 독(毒)>이었고 <언제 덤빌지 모르는, 가둬 마땅한 짐승>이었다. 그러기에 트럼프는 그릇 밖으로 나가달라며 그들의 등을 떠밀었고 인접 국가와의 장벽을 쌓는 일에 시간을 허비했다. 멕시코 국경에 세우려 한 높고 긴 장벽은 난민이라는 ‘짐승’을 격리하기 위한 야멸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슐츠에게 난민은 다른 의미였다. 그에게 난민은 돌봐야 할 가족이자 보살펴야 할 이웃이었다. 트럼프가 봉쇄 정책에 열을 올릴 때 그는 만 명의 난민을 고용할 것을 약속했고 트럼프가 난민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할 때 그는 정부에 내던 후원금을 끊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로 풀어보겠다는 그 나름의 행보였다.

슐츠에게 ‘커피 음료’는 따지고 보면 난민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만을 고집하던 그에게 커피를 변주해 만든 카페인 음료는 ‘사탕이 가득 든 그릇에 든 몇 개의 독(毒)’과도 같았다. 전지방 대신 무지방을 원하는 고객 앞에서 그는 자신이 세운 원칙을 고수하며 오래도록 망설였다. 얼음을 잘게 부숴 만든 프라푸치노를 출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오랜 착오를 거치며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전통과 변주, 독단과 융합을 절묘히 배합해야 한다는 걸...그렇게 탄생한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만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마침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주었다. 독단과 아집을 벗어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아이디어에 귀 기울인 결과였다.

3억 2천 만 인구의 수장이 된다는 건 기업을 이끄는 일보다 훨씬 복잡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을 앞둔 미국이 그를 주목하는 건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은 난민과도 같은 이질적 대상들을 끌어안는 필로제니아(Philoxenia. 인종 사랑)의 연속이었다. 누군가와 뜻이 맞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위기에 부딪칠 때도 그는 늘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걸어갔다. 그것은 혼자가 아닌 모두의 영광, 모두의 성공을 꿈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혼을 채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평소 철학처럼 3억 2천 만 인구의 영혼을 채워줄 공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는 분명 2020년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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