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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역사의 상상 속으로 이끌어주는 위례성 용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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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역사의 상상 속으로 이끌어주는 위례성 용샘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9.01.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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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위례성 모습

여행을 하면서 조상들의 생각이 숨어있는 재미있는 전설들과 만나는 기쁨은 참으로 크기만 하다.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면서 월척을 낚았을 때 만큼이나 반갑다. 재미있는 전설을 만나면서, 옛날 역사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에 위례성이 있다. 위례성은 해발 525.9m인 위례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이다.

 일반적으로 위례성(慰禮城)은 백제의 초기 도읍지를 말한다. 대부분 학자들과 역사책에서는 위례성을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있는 한강유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례성은 천안 직산에 있는 성이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1995년에 위례산 일대를 발굴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산 정상부근에서 성문지와 우물을 발굴했다고 한다. 이때 백제시대의 세발 달린 삼족토기와 말 모양 토우(土偶) 등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위례성이라는 명칭이 남아있는 곳이라고도 한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곳이 위례성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 위례성 아래 부소령 안내석

위례산 정상에서 발굴된 우물지는 용샘으로 부른다. 용이 놀던 샘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샘에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전설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용샘은 공주까지 뚫려 있다고도 하고 서해바다까지 이어졌다고도 한다. 지금은 조그만 우물터로 변했지만, 옛날에는 바닥이 깊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었다는 말이 전해온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의 수도가 공주로 옮겨진 후에도, 임금은 위례산까지 달려와 신라군과 맞서 싸웠다고 한다.

 당시 백제임금은 용왕의 아들이었다. 신라군이 쳐들어오면 공주에 있던 임금은 용으로 변신하여 땅속 물줄기를 타고 단숨에 위례산까지 달려왔다.

 백제임금은 산꼭대기에 큰 돌로 화살막이를 해놓고 군사들을 지휘했다. 신라군이 수없이 공격해왔지만, 백제임금의 신출귀몰한 작전에 번번이 패하고 밀려났다. 신라군은 싸움에 패하고도 수없이 공격해왔다. 이곳 위례산을 빼앗아야만 천안지역이 모두 신라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제 임금은 이처럼 날마다 용으로 변하여 공주에서 이곳 용샘까지 달려오곤 했다. 낮에는 전쟁을 지휘하고 밤에는 공주로 돌아가서 나라를 보살폈다.

 그런던 어느 날이었다. 이날도 백제임금은 새벽에 위례산으로 군사를 지휘하러 달려왔다.

▲ 눈 덮인 위례산 용샘 우물지

왕실에서는 임금이 날마다 낮에는 없어졌다가 밤에만 나타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특히 임금에게 불만이 많던 처남은 동생인 왕비에게 임금이 간곳을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왕비는 오빠에게 임금이 용이라는 말을 했다.

 왕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처남은 임금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처남은 임금이 돌아올 시간에 제비를 잡아서 낚시밥으로 만든 후에 강가로 갔다. 제비는 용이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처남은 해가 지고 어둠이 강가에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에 낚시를 강에 던져 넣었다. 백제 임금은 용으로 변하여 강물을 타고 공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하루종일 위례산성에서 전쟁을 지휘했기에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 눈앞에 용이 좋아하는 제비가 보이자 입으로 덥석 물었다. 이때 임금의 처남은 낚싯대를 힘껏 당겼다. 낚싯대에 매달린 용은, 공주에 있는 우성 부근으로 나가 떨어져 죽었다.

 임금이 죽은 이튿날, 위례산 전투에서 백제군이 패하고 말았다. 백제군은 싸움에서 패한 후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이처럼 싸움에서 지고 울었다 하여, 이 산을 위례산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위례산의 유래와 관련된 전설은, 백제가 부여에서 나‧당연합군에게 패한 사실과 관련이 깊다. 백제 멸망이라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위례산과 관련지어서 전설로 전해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위례산 정상부근에는 백제 임금의 화살막이를 했다는 3m 정도의 높은 돌이 있다.  말에게 먹이를 주던 구유로 쓰였다는 큰 돌이 두 쪽으로 깨어진 채 남아있다, 어느 장군이 돌에 주먹질을 하여 주먹모양으로 파진 바위도 있다. 위례산에는 이처럼 전쟁과 관련이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위례성은 1998년에 충청남도의 기념물 제148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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