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30>/ 하워드 슐츠(상)-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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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30>/ 하워드 슐츠(상)-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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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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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커피를 갈아 금을 만든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이야기다. 슐츠에게 커피는 유혹이다. 그것은 거친 파도 위를 달려가는 허먼 멜빌의 백경(白鯨)이며, 선원의 귀를 사로잡는 사이렌의 미성(美聲)이다. 소설 ‘백경’의 주인공 스타벅이 고래를 좇고 그리스 요정 사이렌이 선원을 꾀었듯, 그렇게 그는 커피에 매혹됐고 커피에 사로잡혔다. 스타벅스 로고의 토대가 된 ‘스타벅’과 ‘사이렌’은 슐츠의 노래이자 곧 삶이었다. 커피를 위해서라면 파도든 노래든 거침없이 도전하리라는 그의 집념이 스타벅스 로고에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다.

스타벅스를 인수하며 그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꾸었다. 커피가 금이 되는 세상을 위해선 연금술사와도 같은 직원들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런 직원을 만들려면 그들의 마음을 열어야 했고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선 신뢰와 격려, 사랑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고 직원 모두가 주주인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직원 하나하나 연금술사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는 먼저 금고를 열었다. 고가의 수가에도 불구하고 직원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했고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분배했으며 사고로 숨진 직원에겐 점포를 정리해 유족들을 지원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내놓은 모든 건의는 빠짐없이 검토해 실행에 옮겼다. 고객보다 먼저 직원들을 챙기겠다는 슐츠만의 전략이었다. 그렇게 일군 결실은 신화에 가까웠다. 11개 매장 100여 명으로 출발한 스타벅스는 30년 만인 지난해 직원 24만 명, 매출 247억 달러(27조2천억 원)라는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사람 중심의 경영이 이룬 비약적 발전이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경영 철학은 아버지가 물려준 교훈에서 비롯됐다. 기저귀 수거 회사의 운전 기사였던 아버지는 발목을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 두 명의 어린 자녀와 임신한 아내가 있었지만 아버지에겐 더 이상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힘든 가정 형편은 의료보험 없이 치료받던 아버지로 인해 더욱 기울었고 어린 그에겐 브루클린 빈민가 출신이란 딱지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다. 보조 주택 단지에서 빈곤 아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그는 생각했다. 성실하고 정직한 아버지는 왜 늘 가난한지, 발목을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한 아버지에게 회사는 무엇이었는지를...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은 결코 교환 가능한 톱니바퀴가 아니며 비용 절감을 위해 쓰다 버리는 부품은 더욱 아니라고...

그렇게 시작된 인간 경영은 종업원이 아닌 동업자로,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성공의 결실을 함께 하며 새해 문턱을 넘었다. 꺼지지 않는 스타벅스의 신화는 올 한 해 또 어떤 변화를 일궈낼까. 일찍이 베트남 정치가 호치민은 말했다.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라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로 만 가지 변화에 대처한다는, 스타벅스의 이념과도 같은 그의 말은 올 한 해 품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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